“삐삐~삐삐~삐삐”···일본의 ‘마지막 삐삐’ 추억만 남기고 51년만에 사라진다

추억의 삐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아시아엔=편집국] 추억의 그 소리 “빠삐~삐삐~빠빠”. 일본의 ‘마지막 삐삐’(일본명 포켓벨)가 51년 역사를 끝으로 사라진다. NHK방송은 3일 “일본의 유일한 삐삐 사업자 도쿄 텔레커뮤니케이션이 2019년 9월부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선 2009년 마지막 삐삐(무선호출기) 사업자였던 리얼텔레콤이 폐업했다.

삐삐는 무선으로 전송되는 신호를 수신하여 음향이나 진동 또는 빛으로 휴대자에게 호출을 알리는 소형 수신기. 호출자가 유선 또는 무선 단말기로 호출신호를 보내면 무선 기지국에서는 통신망의 송신장치를 통해 전송돼 온 신호를 수신, 무선으로 중계·송출하는 방식이다.

삐삐는 휴대폰이 나오기 전 한국에서도 영업사원, 경찰, 기자, 의사 등 긴급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직업군 사이에 인기를 끌었다. 삐삐는 단방향 수신장치로 메시지를 송신할 수는 없으나 문자·숫자 등의 조합으로 다양한 내용의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구조가 단순하고 작고 가벼우며, 서비스 요금이 저렴한 것이 특징이었다.

삐삐가 일본에 처음 도입된 건 1968년. 초창기 모델은 전화로 삐삐를 호출하면 벨만 울리는 형태였다. 주로 외근 나가는 회사원과 병원 의사들이 급한 연락을 받기 위해 사용했다. 1985년 단말기에 숫자를 표시하는 기능이 도입되면서 ‘0840=오하요우’(おはよう·안녕) ‘0906=오쿠레루’(遲れる·늦다) 등 숫자로 의사소통하는 방식이 인기를 끌었다. ‘ベル友’(베루도모·벨 친구)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이후 숫자 대신 직접 문자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이 도입돼 전성기를 맞았고, 1996년에는 가입자가 1061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삐삐의 전성시대는 휴대폰 보급과 함께 저물었다. 현재 일본에서는 도쿄도 등을 아우르는 관동지역에만 서비스되고, 이용자는 1500명 가량에 불과하다. 2013년부터는 신규 가입자가 없다. 도쿄텔레커뮤니케이션에 앞서 도토모는 2007년 서비스를 종료했고, 지난해에는 오키나와텔레메시지도 서비스를 종료했다.

삐삐는 사라지지만 ‘삐삐의 주파수’는 남을 예정이다. 도쿄텔레커뮤니케이션은 “삐삐에 사용되는 주파수를 이용해 현재 진행 중인 지방자치단체용 방재무선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삐삐는 파장이 짧은 주파수 영역대를 이용하기 때문에 투과율이 높아 전파가 거의 사각지대 없이 전달된다. 도쿄텔레커뮤니케이션은 스마트폰에 익숙지 않은 노인들에게 라디오를 보급해 재난상황을 전달받도록 하는 사업을 각 지자체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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