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치 혀로 ‘흥한 사람’, ‘망한 권력’···말씨·글씨는 나의 거울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의 갑질과 막말이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그런데 그 막말과 갑질이 어디 이 사람 뿐이겠는가?
우리 덕화만발 가족 중에 씨앗도사라는 분이 있다. 이분은 씨앗을 깊이 연구하여 그 위력을 터득했다. 그는 각종 식물의 씨앗을 가지고 웬만한 질병은 고친다고 한다. 그런데 씨앗은 식물에게만 있는 것일까? 아니다. 글에도 씨가 있고, 말에도 씨가 있으며, 마음에도 씨가 있다.
고운 글은 고운 마음씨에서 나온다. 고운 마음으로 글을 쓰면 글을 읽는 사람에게도 고운 마음이 그대로 옮겨가서 읽는 사람도 고운 마음이 된다.
그리고 글에도 얼굴이 있다. 예쁜 글은 웃는 얼굴에서 나온다. 즐거운 얼굴로 글을 쓰면 읽는 사람에게도 정겨운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말에도 씨앗이 있다. 우리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이것은 말이 가지고 있는 힘을 나타내는 것이다. 좋은 말을 하면 좋은 말대로 되고, 나쁜 말을 하면 나쁜 말대로 되는 것이 인과의 이치다.
씨앗이란 싹을 틔우고 줄기와 가지가 나고 열매 맺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마찬 가지로 글씨, 말씨, 마음씨도 ‘씨’를 갖고 있으며, 그 ‘씨’는 세상에 뿌려지고 자라게 되어있다. 사람은 죽는 그 순간까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글씨든 말씨든 마음씨든 그 씨를 뿌린다.
세치 혀를 여하히 놀렸느냐에 따라 인격을 달리 평가받는다. 심지어는 일신의 영달과 망신이 극명하게 갈리기까지 했으니 역사를 통해 그런 예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옛날 전국시대 소진(蘇秦)과 장의(張儀)가 달변으로 제후를 요리해 부귀영화를 누렸다. 반대로 은(殷)나라 마지막 왕족 비간(比干)은 혀를 함부로 놀려 심장에 구멍이 일곱 개나 뚫려야 했다.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司馬遷)은 거세(去勢)의 치욕을 감수해야 했다.
그래서 진(晉)나라의 문학가 부현(傅玄)은 ‘병종구입 화종구출’(病從口入 禍從口出)즉, “병(病)은 입으로 들어오고 화(禍)는 입에서 나온다”고 했다. 또한 932년 최초로 유교경전을 조판·인쇄하도록 한 사람으로 알려진 유학자이며 5대째 재상을 역임한 풍도(馮道)는 ‘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즉, “입은 화(禍)의 대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일언부중 천어무용’(一言不中 千語無用) 즉 한 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천 마디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 사람의 환경은 생각이 된다. 그 사람의 생각은 말씨가 된다. 침묵이 금이 될 수도 있고, 한 마디 말이 천냥 빚을 탕감할 수 있는 것이 말의 위력이다.
말은 후하게 하고, 모든 일은 화(和)와 유(柔)로 해결한다. 그러면 능히 강(剛)을 이길 수 있다. 극단적인 말을 쓰지 않는 것은 자기감정을 절제할 줄 아는 것이다. 아름답고 평온하게 만드는 글씨, 말씨, 마음 씨앗의 위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