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온상 된 페이스북·카카오톡···진실 가려낼 ‘매의 눈’은 어디에?
[아시아엔=이원섭 IMS Korea 대표컨설턴트, 마컴 큐레이터] 필자는 지난달 SNS 친구들로부터 가짜뉴스 두 개를 받았는데 내용이 미심쩍이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검증을 해보았다. 결론은 둘 다 잘못된 뉴스였고 이내 발송자와 단체방에서 오류를 알린 적이 있다. 이 글을 쓰는 계기가 된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하나는 가짜라기보다는 오용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분명한 가짜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시각장애인 흰지팡이’ 콘텐츠는 그 의미가 왜곡된 것이었다. 시각장애인이 지팡이를 드는 행동은 일본의 한 현에서 벌인 캠페인 사진인데 누군가에 의해 우리나라에서는 도움을 청하는 사진으로 마치 진짜처럼 일파만파 공유되었다.
이 사진과 관련해 중도시각장애인 재활지원센터는 “시각장애인이 도움을 요청하는 특별한 신호는 없다며 보통 시각장애인은 말을 걸어 도움을 청한다”고 밝혔다. 센터는 또 “타인의 위치를 명확히 알 수 없어 엉뚱한 방향을 보고 사람을 부를 수도 있으니 길가다 곤란한 처지에 놓인 눈치면 도움을 부탁드린다”며 “시각장애인 중엔 저시력도 있어 버스번호판, 안내판 등을 잘 볼 수 없는 경우도 있으니 이런 광경을 보면 이상하게 여기지 말고 도움을 주라”고 부탁했다.
또 다른 영상은 분명한 가짜였다. 일본의 과거 쓰나미 촬영 동영상을 최근 라오스에서 발생한 댐공사의 붕괴영상으로 둔갑해 배포히고 있었다.
지난 7월 홍수로 라오스 남부 아타프주에 있는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의 보조댐이 무너져 인근 6개 마을에서 수백명이 사망·실종되고 이재민 6600명이 발생했다. 외국의 홍수와 댐붕괴였지만 국내에서 관심을 끈 이유는 이 댐이 우리나라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 그리고 태국의 라차부리전력 등이 합작법인(PNPC)을 구성해 2013년 착공, 2019년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언론과 우리 국민의 관심의 대상이 되자 이런 가짜 동영상을 만들어 각종 SNS에 올린 것이다. 이들 모두 가짜뉴스(fake news)다. 가짜뉴스는 사람들의 흥미와 본능을 자극하여 시선을 끄는 황색언론(yellow journalism)의 일종으로 사람의 심리상 진짜뉴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유포된다. 가짜뉴스는 뉴스 형태를 빙자하지만 사실이 아닌 거짓뉴스다.
여기에는 쓰나미 동영상이 라오스 홍수로 조작된 형태부터 장애인 흰지팡이처럼 오보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태가 있다. 인터넷 발달과 SNS 확산에 따라 개인 미디어가 급증하면서 진실이 아닌 내용을 진짜뉴스처럼 속출한다. 가짜뉴스가 사회 문제가 되자 위키피디아 창립자 지미 웨일스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가짜뉴스를 만드는 이유는 물질적·정치적으로 이득을 챙기려고 왜곡해 작성·배포해 진위를 가릴 능력이 없거나 무조건 맹신·맹종하는 사람들에 의해 주목받고 그들이 다시 재배포함으로써 그 위력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풍자와 패러디 정도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도 없지 않지만 가짜뉴스는 특정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다르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인터넷 유저들의 클릭을 유도하여 조회수를 높이는 쓰레기 기사나 광고를 뜻하는 클릭베이트(clickbait)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전파가 늘면 늘수록 생성자는 자신의 불법적 私益은 증대되고 반대로 대중과 公益의 피해는 훨씬 늘어난다 점에서 반드시 차단돼야 한다.
<버즈피드>(Buzzfeed, www.buzzfeed.com) 분석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관한 ‘20대 가짜뉴스 기사’가 19개 주요 언론매체의 선거 관련 기사보다 페이스북에서 나타난 것이 더 많았다고 한다. 그 폐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16년 미국 대선 전 3개월 동안 페이스북 검색 상위 20위권 뉴스 중 ‘좋아요+공유+댓글 수’가 진짜뉴스는 약 736만건, 가짜뉴스는 약 871만건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유튜브가 검색용 최고 사이트로 각광을 받으면서 가짜뉴스보다 더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동영상 가짜뉴스 딥페이크’(deepfake)가 등장했다. 미국 유명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에 한 영상이 올라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성조기 앞에서 연설을 하는데 평소와 달리 어색한 모습으로 “President Trump is a total and complete dipshit”라는 표현을 써 주목받았다. 이는 나중에 가짜로 판명됐다. 버즈피드와 영화 <겟아웃>의 조든 필 감독이 공동 제작한 가짜 동영상 ‘딥페이크’(deepfake)였던 것이다.
딥페이크는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에 ‘Deepfakes’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용자가 유명 연예인과 포르노를 합성해 올리면서 관심을 끌었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 ‘딥러닝’의 ‘Deep’과 가짜라는 ‘Fake’의 합성어로 추정된다. 이후 레딧에 ‘deepfakes’라는 서브 레딧이 만들어졌고 ‘deepfakeapp’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용자가 ‘FakeApp’이라는 무료 앱을 만들어 배포하면서 급속히 확산되었다. 딥페이크는 앱을 통해 누구나 쉽게 똑같이 합성한 얼굴에 말투나 버릇, 행동까지 덧입히면 더욱 사실적으로 꾸밀 수 있어 텍스트 위주의 가짜뉴스보다 확산력이 크다.
최근 가짜뉴스나 딥페이크로 이미지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플랫폼은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가 받은 라오스댐 붕괴 가짜영상과 시각장애인 흰지팡이 왜곡 콘텐츠도 모두 이들 두 플랫폼을 통해서였다. 대중들은 이제 뉴스 콘텐츠보다 플랫폼 콘텐츠를 더 쉽고,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접하고 있다. 가짜뉴스 메이커들이 이들 플랫폼을 선호하는 이유다.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의 <First Draft News>는 가짜뉴스를 다음의 유형으로 분류한다.(원래는 7가지로 분류했으나 필자의 판단에 따라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하나는 삭제했다)
1. 풍자 또는 패러디(해를 끼칠 의도는 없지만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음)
2. 잘못된 연결(캡션의 영상이 콘텐츠를 지원하지 않음)
3.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문제 또는 정보의 오도)
4. 허위 콘텐츠(진짜 콘텐츠가 허위 콘텐츠와 공유되는 경우)
5. 위법한 콘텐츠(과장된 진짜 소스)
6. 조작된 콘텐츠(진짜 정보 또는 이미지를 속이기 위해 조작)
이와 함께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은 진짜뉴스와 가짜뉴스를 판별하기 위한 8가지 포인트를 이렇게 제시했다.
1. 출처가 어디인지 정확히 살펴보라.
2. 헤드라인에 속지마라. 전체를 파악하고 행간을 읽으라.
3. 신뢰할 수 있는 필자인지 확인하라.
4. 주장을 뒷받침하는 링크 등 지원 소스를 평가하라.
5. 스토리가 최근의 것인지 과거 시점인지를 파악하라.
6. 농담인지 혹은 풍자인지 구별하라.
7. 자신의 경험이나 노하우로 믿기 전에 판단하라.
8. 포털검색 등으로 콘텐츠 제작자의 전문성을 확인하라.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은 자체적으로 가짜뉴스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고 기능을 활용해 이용자들의 집단 지능으로 대처할 방침이라고 한다. 일종의 이용자들의 자정능력에 호소하는 눈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짜뉴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척결의지와 행동이다.
영국 BBC의 가짜뉴스 진위 판단 가이드라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전에 들어본 적이 있는 뉴스 제공사인가? △내가 생각한 그 뉴스 소스인가 아니면 비슷한 곳인가? △발생장소라고 하는 곳이 지도상에서 정확히 알 수 있는 곳인가? △다른 곳에서도 보도된 적이 있는 이야기인가? △이러한 주장에 대한 하나 이상의 증거가 있는가? △이 이야기가 아니고 다른 이야기일 수 있는가? 등이다.
가짜뉴스 생성은 어떤 형태든지 부당 이득을 취하려는 범죄행위로 봐야 한다. 가짜뉴스는 그동안 쌓였던 서로간의 신뢰를 하루 아침에 무너뜨릴 수도 있다. 맹목적인 흥미본위와 정치적 파당성, 그리고 이를 틈탄 비이성적인 영리추구가 빚어낸 가짜뉴스 추방,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이를 가려낼 ‘매의 눈’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