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비를 맞으며’?서정윤 “오늘만은 실컷 울어도 좋으리”

살아 있다는 것으로
비를 맞는다
바람조차 낯선 거리를 서성이며
앞산 흰 이마에 젖는다
이제 그만
흘러가는 대로
맡겨 두자

태양은 숨어 있고
남루한 풀잎만 무거워진다
숨어 있는 꽃을 찾아
바람이 치이는
구름 낮은 자리에
우리는 오늘도 서 있고
오늘만은 실컷
울어도 좋으리

편히 잠들지 못하는
먼저 죽은 자들의
영혼을 달래며
비는 떨어지고 있다

마음에도
젖지 않는 빗물이
가난이 녹은
눈물이 불어나고
낮은 구름이
지워지고 있다

이제 그만
흘러가는 대로
맡겨 두자 하늘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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