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 동지야 적이야?”···웹·모바일시장 주도 네이버·카카오·엔씨 리더들
김택진·김범수·김정주·송재경 등 ‘서울대 공대 85·86학번’?
IT 1세대 20여년?주도···이해진 전 네이버이사회의장도??
[아시아엔=박수진 <서울대총동창신문> 기자] IT벤처업계에는 오래전부터 ‘황금학번’으로 불리는 학번이 있다. 서울대 공대 85·86학번이다. 김택진(전자공학85-89) 엔씨소프트 대표, 김범수(산업공학86-90) 카카오이사회 의장, 김정주(컴퓨터공학86-91) NXC 대표, 송재경(컴퓨터공학86-90) 엑스엘게임즈 대표, 이해진(컴퓨터공학86-90) 전 네이버이사회 의장 등이 주로 거론된다.
80년대 PC 초창기에 대학 시절을 보낸 이들은 90년대 나란히 청년창업가로 변신, 인터넷과 게임산업을 일구며 IT 1세대 주역이 됐다. 이후 20년간 IT업계를 주도하며 동기와 선후배 사이에서 때로는 동료, 때로는 라이벌로 변화무쌍하지만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김택진·김정주·송재경씨 등은 게임업계에서 신화를 썼다. 가장 선배인 김택진 대표는 동아리 ‘서울대컴퓨터연구회’ 출신이다. 이 동아리에서 훗날 한글과컴퓨터를 창립한 이찬진(기계공학84-89), 김형집(전기공학86-90)·이희상(전기공학89-93)·우원식(제어계측공학87-91)씨와 함께 워드프로세서 ‘아래아한글’을 개발했다. 최초의 인터넷 기반 PC통신 ‘아미넷’을 선보이기도 했던 김택진 대표는 1997년 엔씨소프트를 창립하고 온라인게임 ‘리니지’를 출시해 대박을 터뜨렸다. 게임 한류의 시초이자 현재까지 단일 게임 누적 매출 3조원대를 돌파한 게임이다.
김정주 대표는 엔씨소프트와 게임업계 양대산맥을 이루는 넥슨의 창업주다. 서울대 재학시절부터 게임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1996년 넥슨의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내놓아 히트시켰다. 이후에도 뛰어난 사업수완을 발휘해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등 히트게임을 줄줄이 내놓았다.
김택진과 김정주 두 사람은 한때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한솥밥을 먹었지만 지금은 파트너관계를 정리한 상태다.
김정주·김택진 대표의 성공에는 ‘천재 게임개발자’로 불리는 송재경 대표가 있었다. 절친인 김정주 대표와 “모교인 서울대캠퍼스에 앉아서 ‘우리도 빌게이츠처럼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다”던 송 대표는 카이스트대학원에서 김정주 대표를 다시 만나 넥슨을 공동 창업하고 ‘바람의 나라’를 만들었다. 이후 김택진 대표와 의기투합해 ‘리니지’를 만들어 또다시 한국게임사에 큰 족적을 남긴다. 2003년 엑스엘게임즈를 창립해 게임개발과 경영에 몰두하고 있다.
포털업계에서는 카카오의 김범수 대표와 네이버 이해진 대표가 양대산맥을 이룬다. 이들은 서울대 졸업 후 삼성SDS 입사 동기가 됐다. 김범수 대표는 퇴사 후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하고 당구와 고스톱, 바둑 등을 온라인 게임으로 서비스하면서 남녀노소에게 사랑받았다.
이해진 대표는 1999년 삼성SDS 사내 벤처기업 ‘네이버컴’을 설립했다. 평소에도 자주 만나 인터넷사업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게임과 인터넷의 결합이 시너지를 내리라는 데 뜻을 같이 했다. 2000년 한게임과 네이버컴의 합병으로 탄생한 NHN은 이들의 생각대로 대성공을 거뒀다.
인터넷 중흥기에 손을 맞잡았던 이들은 스마트폰시대에 다시 경쟁자의 길을 걷고 있다. NHN을 나온 김범수 대표는 모바일 메신저의 대세를 내다보고 2010년 카카오톡을 만들었다. 이해진 대표는 2011년 일본에서 메신저 ‘라인’을 내놓고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일본 스마트폰 메신저 1위를 차지, 동남아와 남미 등에서도 선전 중이다.
그밖에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 시장과 실생활 콘텐츠플랫폼 분야에서 각축 중이다. 이들 사이의 선의의 경쟁은 미래 신기술 분야로 계속 이어진다. 최근 김범수·김정주·이해진 대표가 가상화폐 시장진출을 선언했다.<서울대총동창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