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나환자와 평생친구, 공라도 신부님 영전에
[아시아엔=최명숙 시인, (사)보리수아래 회장] 신부님 신부님 우리들의 공라도 신부님!
한국뇌성마비복지회 이사와 부회장을 지내시며 한국의 나환자와 장애인을 위해 평생을 바치신 공라도 신부님께서 2018년 7월 20일 영면하셨습니다. 공라도 신부님 영전에 바칩니다.
우리가 부른 당신의 이름은 공라도. 당신의 고향 독일 시골 마을 부모님이 부르던 이름은 콘라드 피셔. 당신은 이 무더운 여름날 하나님 곁으로 가시겠다고 길을 나서셨습니다.
수년전 당신의 공적조서를 작성하면서 인간에 대한 뿌리 깊은 신뢰와 사랑, 이 땅에서 동시대를 함께 사는 인간으로서의 사명을 자신의 삶에 ‘숙명’이란 단어 하나로 표현하셨던 당신이 살아온 삶에 숙연해졌었습니다.
1964년 한국에 첫발을 디디신 후로 나환자와 뇌성마비장애인을 위해 바치신 당신의 생을 추억합니다. “이유 없이 한국에 오고 싶었다”고 말하던 당신의 가방에는 사랑만이 가득했습니다.
1987년 뇌성마비장애인들과 인연을 맺은 당신. 연초가 되면 독일의 신부님과 신도들로부터 받은 것을 내놓아 수술과 재활치료를 한 뇌성마비 장애인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들은 이 사회의 어엿한 일원으로 성장하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직장의 어른으로 1년에 서너 번 뵙는 당신은 늘 같은 난방과 겨울 양복 한 벌. 회의시간마다 약자를 대변하셨던 당신의 말씀들이 또렷해집니다.
모든 게 어수선하던 지난 봄, 모든 것을 내려놓으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오늘 이 길을 가기 위한 준비는 아니셨는지요?
신부님. “퇴직했으니 편하게 독일 고향 함께 가자”고 하시고선 이렇게 떠나시니, 아마도 하나님께 가시는길이 더 급하셨나 봅니다.
이 불볕의 여름날 하나님께로 가시는 신부님.
당신 가심을 애도하는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마음이 가시는 길목마다 나무그늘이 되어드리리니 가는 길 편안하소서.
당신이 가심을 슬퍼하는 이의 눈물이 곳곳마다 소나기 되어 배웅하리니 하나님께 가시는 길 편안하고 기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