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김충남·최종호 공저 ‘미국의 21세기 전쟁’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미국의 21세기 전쟁>(김충남·최종호 공저, 도서출판 오름, 2018. 6.11 초판)은 테러와의 전쟁, 아프간전쟁, 이라크전쟁, IS와의 전쟁을 해부하고 있다. 3대에 걸쳐 대통령을 보좌한 김충남 박사와 미국 중부사령부 한국군 협조단장으로 근무한 최종호 장군의 공저다. 특히 이라크전쟁에서 실패한 부분을 다루고 있는 점이 관심을 끄는데 이 부분에 집중하여 소개한다.
전쟁은 제3자가 더 정확히 볼 수 있다. 키신저는 학자로서는 대가다. 오늘날에도 정부나 기업에서 거액을 들여 초청하여 그의 조언을 들으려 하지만, 그는 베트남 평화협상으로 베트남을 넘겨준 실패한 전략가다. 우리는 그에게서 이런 쓰라린 체험을 들어야 하지만 이런 苦言을 듣기는 힘들다. 이라크에서 조기철수를 결정한 럼스펠드를 되돌아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991년 이라크전에서 미국은 세계를 경악하게 하였다. 월남전에서 수많은 전비와 희생을 겪어가며 나락에 빠졌던 미군이 완벽하게 재건되었음을 세계에 과시하였다. 미군은 러시아나 중국이 도저히 따라오기 어려운 전법과 장비를 동원하여, 재래식 전쟁에서 보여줄 수 있는 완벽한 전쟁(total war)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이라크전에서 미군의 화려한 성공에 대해서는 텔레비전을 통해 세계가 지켜보았다. 그러나 이후 이라크를 안정시키는 미군 작전에 대해서는 깊은 분석이 별로 없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맹점을 보완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의 대학에서 중동에 대해 공부하였고, 중동에 역사적 연고가 많은 영국에서 이해를 넓히며, 런던대 킹스칼리지에서 세계를 경영하였던 영국의 대전략을 호흡하였다.
그는 국방부 정책실에서 한미안보 협력관계의 현장에 있었으며, 이라크전쟁 발발 시 미국 중부사령부에서 한국군 협조단장으로 근무하면서 미군의 아프간 및 이라크전쟁 지휘를 참관했다. 예편 후 한미연합사령부에서 대항군 사령관으로 북한군을 운영하는 역할을 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군 작전계획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더불어 미군이 어떠한 구상으로 한국 전역(戰域)을 이끌어갈 것인가를 현장에서 목격하였다. 이러한 직책과 경험은 보통 군인으로서 얻기 어렵다. 이라크전을 분석·소개하는데 이만한 경력을 갖춘 사람을 찾기 힘들 것이다.
저자는 그럼에도, 우리 군의 작전계획이 북한군 정규군에 의한 공격 및 방어작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안정화 작전은 ‘잔적소탕’ 정도로 취급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는 영관 장교 시절 통일 후 한국방위계획을 구상하는 위원회의 일원으로 참여한 경험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21세기의 미국 전쟁>을 저술하는데 있어서도 30년 전 백두산계획을 구상하는데 쏟았던 심중한 사고와 대화가 반영되었을 것이다.
군인은 이 책에서 많은 것을 얻어야 한다. 정치권은 물론, 외교와 통일부에서도 깊이 연구해야 한다. 경제인도 마찬가지다. <21세기의 미국 전쟁>은 오늘은 물론, 내일을 위해서 깊숙이 읽어야 할 책이다. 국가안보의 폭과 깊이를 가다듬는 것은 시민의 공덕(公德)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