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 ‘특별한 손님’의 선택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장관이 2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쿠웨이트 국경일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최선화 수습기자>

쿠웨이트 국경절 행사에 참석한 유명환 전 장관

27일 저녁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쿠웨이트 국경절 51돌 겸 해방 21주년 기념식에 ‘특별한 손님’이 참석했다. 손님은 다름 아닌 유명환 전 외무부장관. 그가 이날 저녁 6시 50분께 행사장에 들어서자 부인과 함께 하객을 맞던 무팁 알-무토테(H.E. Muteb Al-Mutoteh) 주한 쿠웨이트 대사는 포옹하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행사장 주변의 주한 외교사절도 하나둘 그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유 전 장관은 1시간 30분 가까이 머문 뒤 행사가 거의 끝날 무렵 자리를 떴다. 그 사이 얼핏 봐도 20명 남짓 유 전 장관을 알아본 주한 외교관들이 그에게 다가와 인사를 나눴다. 쿠웨이트 대사관 측은 한층 고무된 모습이었다.

필자가 앞에서 그를 ‘특별한 손님’이라고 한 이유가 있다.

그는 1년 반쯤 전인 2010년 9월 딸의 외무부 5급 특채 스캔들로 자리를 물러났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통상 개인적인 일로 ‘불명예 사직’하는 경우 좀처럼 공식적인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그의 자유의사에 속하는 문제이며, 나무랄 일도 분명 아니다.

반대로 그런 일로 도중 하차한 이들이 바깥활동을 한다고 해서 뭐라고 할 일도 아니다.

유 전 장관은 쿠웨이트 근무경험은 없지만, 초청을 받아 기꺼이 참석했노라고 했다. 그는 “이런 행사 때 시간 내 참석하면 상대국에서도 좋아하니 우리도 좋은 일 아니냐”고 했다.

필자는 유 전 장관이 행사장에 등장할 때만 해도 ‘잠시 머물다 떠나겠지’ 생각했다. 정치인과 정부 고위인사 가운데 안 그런 사람들을 좀처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나 장·차관이 많이 참석할수록 중반만 되어도 행사장이 텅 비기 일쑤다. 유 장관이 행사가 끝날 무렵까지 떠나지 않은 것은 그래서 더 신선해 보였다.

쿠웨이트 국경절 겸 해방기념일 행사는 불명예 퇴진 고위직 인사들의 뒷모습이 떠날 때 그대로 씁쓸한 채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훌훌 털고 주위에 기쁨을 줄 것인가는 오로지 자신의 선택에 달렸음을 확인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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