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생명의 쉼터 ‘베이비 박스’, “아가들아, 정말 미안해”
[아시아엔=손하윤 인턴기자] 서울의 야경은 화려한 불빛들로 가득하지만, 아직도 이곳은 ‘빛과 그림자’가 분명히 존재한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발전을 이룩했음에도, 서울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싱글맘이 많다. 싱글맘 중에서도 젊은 미혼모들은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홀로 애를 키운다는 ‘사회적 낙인’에 맞서 싸우거나 몰래 아기를 버려야만 한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공중화장실, 지하철 역 혹은 산골짜기에 아기를 버렸다면, 최근에는 주사랑 교회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베이비 박스’의 베이비룸을 찾고 있다. 마태복음에 등장하는 ‘산 위에 있는 동네’처럼 ‘베이비 박스’가 가파른 언덕에서 어둠을 밝혀주고 있다.
이종락 목사가 세운 베이비 박스 센터를 바탕으로 제작된 <드롭박스> 다큐멘터리가 2015년 3월에 개봉된 이후, 이 단체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국내 보도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져 봉사자와 기부자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한밤 중에 버림받은 갓난 아기들의 수도 함께 증가했다. 이곳은 한달 평균 20~25명의 갓난 아기를 받는다고 말한다.
한국 보건복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에서 2013년 사이 버려진 신생아수가 62명에서 152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원인 가운데는 2012년에 시행된 한국 정부의 특별입양법도 포함돼 있다. 이 특별법은 입양된 아이들이 친부모에 대해 알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주는 대신, 출생신고를 마친 신생아와 친모가 최소한 7일 이상 같이 지내야만 입양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10대, 20대 미혼모들이 사회·경제적 이유로 아기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사회·경제적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나, 여전히 미혼모들을 위한 지원 시스템이 부족하다. 또한 보수적인 사회분위기는 ‘비정상적인’ 가족 모델에 대한 편견을 만들어 냈다. 때문에 미혼모들은 출생신고도 하지 못한 채, 아기를 외딴 곳이나 베이비 박스에 두고 가버린다.
2009년 겨울 설치된 베이비 박스 센터는 미혼모와 신생아들을 위한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특별입양법을 준수해 활동하려고 노력하지만, 정부는 베이비 박스 센터를 불법단체라 간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 박스 센터는 ‘드롭 박스’가 필요 없는 그날이 오길 기다리며, 버려진 신생아들을 받아주고 있다. 베이비 룸을 관리하는 조태승 목사는 미혼모 및 혼외자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없어지고, 정부 및 사회적 지원 시스템이 안착돼야 버려지는 아기의 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우리 사회가 이들을 받아드릴 때까지 베이비박스가 필요하다”라고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