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마스코트 사자 ‘세실’, 잔혹한 죽음···유엔 ‘밀렵은 범죄’ 결의안 채택

[아시아엔=편집국]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마스코트 사자 ‘세실’을 잔혹하게 사냥한 미국 치과의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30일(현지시간)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밀렵과 불법거래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는 유엔 결의안이 사상 처음으로 채택됐다.

유엔은 총회에서 “동·식물 불법거래가 종의 다양성을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국제적 조직범죄와도 연관돼 있다”며 “회원국들에 이를 막기 위한 국제 공조를 강화하도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독일과 아프리카 가봉이 발의한 이번 결의안은 70여 개 회원국의 지지를 받았다.

짐바브웨에서 사자 '세실'을 잔혹하게 사냥한 미국 치과의사 제임스 파머의 사무실 앞에서 시민들이 야생동물 밀렵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짐바브웨에서 사자 ‘세실’을 잔혹하게 사냥한 미국 치과의사 제임스 파머의 사무실 앞에서 시민들이 야생동물 밀렵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AP/뉴시스>

이번 결의안은 코끼리, 코뿔소 등 동·식물을 범죄조직이 밀매하는 것을 중대 범죄로 규정하면서 각국이 이런 행위를 예방하는 법령 개정에 나서도록 했다. 결의안엔 야생 동·식물 보호를 위한 유엔 특사 임명을 검토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헤랄드 브라운 유엔 주재 독일대사는 “이 결의안은 불법 행위에 대해 전쟁을 벌이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27일 짐바브웨 ‘국민사자’ 세실이 서부의 황게국립공원 밖에서 목이 잘린 채 발견된 이후 국제사회의 공분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다. 열세살 수사자 세실은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위치추적장치를 달아 연구해온 대상이었다. 당국 조사 결과 미국인 치과의사 월터 파머가 이달 초 5만 달러(약 5800만 원)를 주고 현지 가이드를 고용, 사자를 국립공원 밖으로 유인해 죽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유엔뿐 아니라 미국과 짐바브웨 정부도 세실 사냥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미국어류·야생동식물보호국(USFWS)은 세실을 죽인 미국 사냥꾼의 불법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백악관 청원사이트에 파머를 처벌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고, 12만 명 가까이 서명하자 30일 “이에 대해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파머를 짐바브웨 당국에 인도할지는 법무부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짐바브웨 당국은 미국인 사냥꾼을 도운 가이드 2명을 밀렵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한편 세실 사냥에 대한 미국내외 비판이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 파머는 “세실을 죽인 건 후회하지만, 내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며 자신이 합법적인 사냥을 했다고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를 비난하고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제프리 플로켄 국제동물보호기금(IFAW) 북미지국장은 29일 <허핑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많은 미국인이 사자를 비롯해 코뿔소 등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들을 스포츠 형태로 재미 삼아 사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실을 죽인 미국인처럼 과시용으로 동물을 밀렵하며 스포츠형 사냥을 즐기는 사람들은 이른바 ‘트로피 헌터(trophy hunter)’라고 불린다. IFAW의 2011년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9년부터 2008년까지 트로피 헌터에 의해 사살된 사자들 가운데 64%가 미국으로 수입되는 등 트로피 헌팅에 가장 많이 개입된 국가는 미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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