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빠진 미국···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무대서 흑인 9명 희생

21살 백인?찰스턴 흑인교회 난사···증오범죄 수사

목사 3명 등 피해자?모두 흑인···”흑인이라는 이유만”

오바마 ‘총기 규제’ 문제 공론화 뜻 피력·클린턴도 총기규제 언급

[아시아엔=편집국] 미국 남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흑인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살해하고 달아난 용의자 딜런 로프(21)가 범행 14시간 만인 18일(현지시간) 오전 11시께 검거됐다.

경찰은 “로프를 공개 수배하고 대대적인 검거작전을 벌인 끝에 노스캐롤라이나 쉘비의 도로에서 자신의 검은색 엘란트라 차량에 타고 있던 로프를 붙잡았다”고 발표했다.

그레그 멀린 찰스턴 경찰서장은 “시민의 제보를 받고 경찰이 로프의 승용차로 접근한 뒤 그를 체포했다”며 “검거 당시 로프는 무기를 소지했으나 별다른 저항은 하지 않았디”고 밝혔다.

경찰과 목격자들에 따르면 찰스턴 인근 렉싱턴 출신 백인 남성 로프는 17일 오후 8시께 범행 현장인 찰스턴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 도착했다.

그는 지하 예배실에서 성경공부를 하던 신자들 옆에 1시간 가량 앉아있다가 오후 9시5분께부터 옆에 앉은 클레멘타 핑크니(41) 목사를 우선 겨냥해 총을 쏜 뒤 참석자들에게 총기를 난사했다.

현장에 있다가 목숨을 건진 목격자들은 로프가 “당신들은 우리 여성들을 성폭행했고, 우리나라를 차지했다. 당신들은 이 나라에서 떠나야한다. 나는 흑인에게 총을 쏘러 왔다”고 말했다고 경찰에 증언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안카메라로 보면 로프가 가발을 쓰고 가짜 코를 붙이고 있었으며, 피부 일부를 염색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이 공개한 사망자 9명은 모두 흑인으로, 주 상원의원을 겸하고 있는 핑크니 목사 등 목사 3명이 포함됐다.

핑크니 목사는 흑인으로는 23세 때 최연소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원(민주당)에 당선됐고, 2000년에는 주상원의원이 됐다. 2010년 사건이 발생한 교회에 부임했으며, 오바마 대통령도 그와 친분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망자 가운데 여성이 6명, 남성이 3명이며, 연령대는 대학을 갓 졸업한 26세 남성, 54세 도서관 사서, 87세 할머니 등으로 다양했다.

범행에 사용된 총기는 로프가 21세 생일을 맞은 올해 4월 아버지로부터 선물 받은 45구경 권총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로프는 올해에만 마약 사용과 무단 침입 등으로 2차례 기소된 적이 있으며, 고교를 두 군데 다녔으나 졸업한 기록이 없다”고 전했다.

미 법무부는 연방수사국(FBI)이 현지 경찰과 공조해 수사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을 로프의 단독범행이자 ‘증오 범죄’로 보고 범행 동기를 캐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왜 ‘증오 범죄’로 보고 수사하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희생자들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살해됐다”고 밝혔다.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은 “총격을 가하게 된 모든 정황과 동기를 조사하겠다”며 “주 차원이 될지 연방 차원이 될지는 아직 말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12명이 사망한 2014년 9월 워싱턴 해군시설 총격 사건 이후 미국내 단일 사건으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총기난사 사건으로 기록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다수의 희생자를 낳은 총격은 비극”이라며 “우리가 평화와 안식을 찾는 장소에서 발생한 사망에 특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이런 종류의 대량 살상은 다른 선진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는 점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총기 규제 문제를 어느 시점에서는 재검토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유세중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도 이번 사건과 코네티컷 초등학교 총격, 콜로라도 극장 총격 등을 언급하며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는가”라며 “우리는 인종, 폭력, 총기, 분열이라는 힘겨운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범행이 발생한 찰스턴시에서는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밤샘 예배와 추모 행사가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 인근 모리스 브라운 교회에서 열렸다.

미국 언론들은 흑인 인권운동의 성소로 불리는 199년 역사의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가 또 한번 비극의 역사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영화 및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배경이기도 한 찰스턴은 이미 흑백갈등이 상당한 지역으로 이번 사건이 감정악화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언론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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