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 ‘연례’ 유상증자 ‘논란’
2대주주 쉰들러 ‘반대’… “5차례 유증 불구 자기자본 되레 감소”
[아시아엔=차기태 기자] 현대엘리베이터가 4년간 4차례나 유상증자를 했는데도 자기자본은 대폭 줄어들었다. 그런데 또다시 유상증자를 진행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 3년간 배당을 실시한 바 없고 4년간 4회에 걸쳐 총 6500여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그러나 자본잉여금을 포함한 자기자본은 2010년 말 기준 6243억원에서 지난해 말 3716억원으로 오히려 2500억원 이상 감소했다.
그런데 현대첼리베이터는 지난 4월 운영자금 명목으로 총 2645억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 2011년 이후 다섯 번째로, 해마다 1차례씩 유상증자를 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와 외국언론 등에서 냉담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AG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4년간 3천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올해도 영업 현금흐름이 긍정적일 것으로 가정하면 현금 잔고는 부채를 상환한 후에도 안정적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공시된 유상증자의 목적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쉰들러는 “이전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되는 자금이 현대상선을 비롯해 핵심 사업과 무관한 계열사들을 지원하는 데 쓰일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쉰들러의 반발에도 현대엘리베이터는 예정대로 유상증자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쉰들러가 적대적 M&A를 염두에 두고 한 행보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재무구조가 좋아질 것이라고 보고 유상증자를 희망하는 상황”이라며 “현 시점에 유상증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악의적인 기업 흔들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쉰들러홀딩AG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 4년간 1조2천억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FT는 “현대엘리베이터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그룹 지배권을 보호하기 위해 부실계열사인 현대상선을 지원하고 파생상품 투자로 손실을 입었다고 쉰들러는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영업흑자와 네차례에 걸친 유상증자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1조2천억원(약 10억7천만달러)의 주주가치 훼손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과거 유상증자한 내용과 용도 및 자금수지, 이번 유상증자의 필요성 등에 관해서는 공시자료에 다 설명이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