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아시아 수주 ‘반토막’
동남아 중앙아 침체…선진국 진출 늘어 경쟁도 ‘격화’
[아시아엔=진용준 기자]올해 국내 건설사들이 아시아 지역에서 거둔 수주 실적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현대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해외건설협회 자료를 분석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아시아 지역 수주액은 106억 달러(약 11조2466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197억 달러)과 비교해 46.2% 줄어든 실적이다.
국내 건설사들의 아시아 지역 수주액은 2008년 147억 달러에서 2009년 88억 달러로 줄어든 이후 2010년 145억 달러, 2011년 194억 달러, 2012년 194억 달러, 지난해 276억 달러로 4년 연속 증가했다.
올해 아시아 수주가 감소한 것은 동남아·중앙아에서 건설 경기가 침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시아에서는 올해 5월 태국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이후의 모든 신규 발주가 중단됐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지난해 태국 정부가 실시한 60억 달러 규모의 종합물관리사업 국제 입찰에 참여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쿠데타로 들어선 군정이 이 사업을 재검토하면서 계약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지난해 86억 달러에 달했던 중앙아시아에서의 수주 실적이 올해 9월까지 4천만 달러에 그친 것도 아시아 전체 수주 실적을 갉아먹었다.
세계 건설 수주 시장에서 아시아는 유럽이나 중동보다도 그 규모가 크다.
미국의 건설·엔지니어링 전문지 ENR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상위 250개 건설사의 해외 매출액 가운데 아시아 지역 매출 비중은 2004년 18.2%에서 지난해 26.9%로 10년 사이 크게 높아졌다.
아시아 지역 매출액은 2011년 1122억 달러로 유럽 지역 매출액(1104억 달러)을 처음으로 추월한 이후 이런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상위 250개 건설사의 작년 매출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아시아가 1465억 달러 규모로 가장 크다. 유럽은 1119억 달러, 중동은 841억 달러, 중남미는 541억 달러 등으로 모두 아시아의 뒤에 자리했다.
아시아 지역 매출액은 2012년 1388억 달러에서 지난해 5.5% 증가해 전체 시장 규모 또한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의 주요 건설사들도 아시아 시장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자국의 건설시장이 축소되자 성장 잠재력이 큰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보고서는 우리 건설사들이 중국, 일본, 한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건설 시장 규모가 큰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태양 연구소 주임연구원은 “현재 건설 수주가 부진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현지 업체를 인수·합병(M&A)해 시장에 진입하는 등 적극적인 수주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