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지도자 6명 캐리커처 등장
지도자들을 만화로 표현하는 것이 금기시되던 중국에서 역대 지도자들의 캐리커처가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전날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개막한 제10회 중국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는 마오쩌둥(毛澤東)부터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에 이르기까지 역대 지도자 캐리커처가 한꺼번에 등장했다고 홍콩의 명보(明報) 등이 30일 소개했다.
시 주석의 캐리커처는 최근 관영 매체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등장했지만,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같은 지도자의 캐리커처가 등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캐리커처로 소개된 지도자는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장 전 주석, 시 주석 외에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등 모두 6명이다.
중국의 원로 만화가 주쯔쭌(朱自尊·72)이 그린 캐리커처 속 지도자들은 엄숙한 표정으로 손을 흔드는 모습의 마오쩌둥을 제외하고는 모두 웃는 모습으로 친근하게 표현됐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黑猫白猫)론으로 유명한 덩샤오핑은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를 품에 안은 모습으로 묘사됐다.
양복 차림의 장 전 주석은 오른손으로 ‘오케이'(OK) 사인을 하며 세 손가락을 편 모습으로 표현됐다. 작가는 세 손가락이 장 전 주석이 재임 시절 내세운 지도사상인 ‘3개 대표론'(三個代表論)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시 주석은 도장이 들어 있는 새장을 든 모습으로 그려졌다. ‘권력을 새장(제도) 안에 가둬야 한다’는 시 주석의 발언을 형상화한 것이다.
주쯔쭌은 그동안 여러 차례 스타들과 외국 지도자들의 캐리커처를 그려왔으나 중국 지도자를 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9월부터 이 작업을 시작했다는 그는 지도자들의 이미지를 더 친근하고 생동감 있게 만들어 사람들과 지도자가 가까워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과거 정치 지도자들을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는 것을 금기시해왔다.
그러나 시진핑 정권 출범 이후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발행하는 잡지 구시(求是)가 마오쩌둥의 어린 시절을 다룬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중국 관영 매체가 지난 2월 시진핑 만화 캐릭터를 공개한 이후 이런 금기가 풀린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