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아시아엔 독자님들께 올립니다. 추석을 사나흘 앞두고 마음이 분주해집니다. 귀성 계획은 다 마치셨는지요? 모쪼록 행복하고 뜻 깊은 명절 맞으시길 아시아엔을 대표해 간절히 기원합니다. 지난 주 데니스 한 작품전(서울 번동 ‘꿈의숲아트센터’)을 소재로 한 뉴스레터 인사말에 한 독자께서 다음의 글을 보내오셨습니다. “데니스 한의 전시회에 갈 수 없어 억울합니다. 서울나들이를 종종 하지만 늘 시간에 쫓겨 허둥대다가 나로섬으로 바로 내려오곤 합니다. 오늘 주신 데니스 한과 그 이모의 삶이 아름답습니다. 아름답다는 표현이 그 두 분께 어쩌면 누가 될 수 있지만, 이 사람의 표현력으로는 아름다움이 고작입니다. 하늘의 뜻은 사람의 뜻과 다른 데가 있습니다. 하늘의 뜻에는 늘 선한 ‘구석’이 있습니다. 종교가 순명을 강요하는 배경에 이런 믿음이 자리할 것입니다. 그런데 참 순명만큼 해내기 어려운 게 없어요. 이웃, 상사, 부모에 대한 순명은 물론이고, 충성을 맹세한 하느님께 대한 순명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도의 생활을 ‘잘’ 하는 수도자가 주어진 삶을 가장 진하게 살아내는 이라고 존경합니다. 데니스 한의 이모 역시 예술을 통한 수도의 삶을 사는 이일 것입니다.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태풍이 몰려가고 나면 하늘이 슬프도록 맑습니다. 제 집무실 창으로 들어오는 구룡산도 방금 세수한 개구쟁이 얼굴입니다. 저 자신의 마음도 저리 해맑을 수 있다면, 하늘을 배경으로 둔 산세가 한껏 부럽습니다.” 서울대에서 30년 넘게 천문학을 가르치고 2009년 퇴직하신 홍승수 명예교수님이셨습니다. 저는 작년 5월 종교발전포럼에서 교수님을 처음 뵈었지요. 교수님은 ‘한 천문학도의 신 추구 이야기’라는 주제 강의에서 ‘사실’과 ‘진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강남 갔던 제비는 진흙과 나뭇가지 등 온갖 것들을 모아 뭔가를 만들어 냅니다. 한 열흘 뒤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워낼 제비집이 완성됩니다. 이것이 바로 팩트 즉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비들이 자신의 집을 짓는 동안 발톱은 갈라지고 날개는 온통 찢기며 만신창이가 됩니다. 하지만 제비들에겐 아름답고 튼튼한 둥지가 생긴 겁니다. 바로 이게 진실입니다.” 경험할 수 있는 무엇이 ‘사실’이며, 파악할 수 없는 그 무엇, 그러나 아름다움과 숭고함 즉 성스러운 경지에 있는 것이 바로 그 ‘진실’이란 말씀으로도 들렸습니다. 기자생활 20년을 훨씬 넘긴 저는 사실과 진실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한 부끄러움을 이제는 어느 정도 덜게 됐습니다. 이번 추석 명절엔 그동안 잊고 지냈던 친구와 친척, 그리고 은사님들께 전화라도 드려야겠습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추석 다시 한번 두손 모아 기원합니다. 2012년 9월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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