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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만년설산을 넘어’ 박노해

    넘어도 넘어도 끝없는 만년설산의 길 춥고 희박한 공기 속에 난 그만 지쳤는데 이곳에서 태연히 살아가는 이가 있다 인생은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지만 인간으로서 자기 자신을 체험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상에는 가장 높은 만년설산이 있듯이 누구나 자신만의 절정의 경지가 있다 절정의 경험을 소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절정의 체험 속에 자신을 소멸하기 위해 저 만년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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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2월’ 오세영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 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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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아침은 짜이 한 잔’ 박노해

    인도의 아침은 짜이 한 잔으로 시작한다 모닝 짜이를 마시지 않는 아침은 산 날이 아니다 오늘 하루 인생을 시작하기 전, 깊은 숨을 쉬며 심신을 가다듬는 생의 의례 아침 태양이 비추는 나무 아래 카페에, 일단 앉아라 짜이를 마셔라, 인사하라, 한 번 웃어라 그러면 다른 하루가 시작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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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놓칠 수 없는 무대, ‘국민 성악가’ 임웅균의 ‘뉴스타트 콘서트’

    공연마다 최고 실력의 노래와 최적화된 멘트로 청중에게 깊이 어필하는 국민 성악가 임웅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정년퇴임을 앞두고 ‘테너 임웅균의 뉴스타트 콘서트’를 연다. 설 연휴 직후인 2월 16일(화)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임웅균 교수는 국립대 교수의 삶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나 자신에게 바치는 공연”이라고 했다. 뉴월드오페라단 주최·주관으로 열리는 음악회는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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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무릎’ 정호승

    너도 무릎을 꿇고 나서야 비로소 사랑이 되었느냐 너도 무릎을 꿇어야만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데에 평생이 걸렸느냐 차디찬 바닥에 스스로 무릎을 꿇었을 때가 일어설 때이다 무릎을 꿇고 먼 산을 바라볼 때가 길 떠날 때이다 낙타도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먼저 무릎을 꿇고 사막을 바라본다 낙타도 사막의 길을 가다가 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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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중독자들’ 박노해

    우리 인생에서 정말로 경계할 것이 있다 자기 의지로 끊을 수 없고 도움으로도 끊기 힘들고 파멸과 죽음만이 끊을 수 있는 치명적인 중독이 있다 권력은 중독이다 인기는 중독이다 자본은 중독이다 위선은 중독이다 남 탓은 중독이다 중독은 끊을 수 없다 중독이 그를 죽이거나 한 30년 침묵과 잊혀짐으로 스스로 죽어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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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꼬막’ 박노해 “우리 여자만에 말이시”

    벌교 중학교 동창생 광석이가 꼬막 한 말을 부쳐왔다 꼬막을 삶는 일은 엄숙한 일 이 섬세한 남도南道의 살림 성사聖事는 타지 처자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모처럼 팔을 걷고 옛 기억을 살리며 싸목싸목 참꼬막을 삶는다 둥근 상에 수북이 삶은 꼬막을 두고 어여 모여 꼬막을 까먹는다 이 또롱또롱하고 짭조름하고 졸깃거리는 맛 나가 한겨울에 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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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생각없이 늙는다는 것’ 엄원태

    이 삶에서, 더 닳고 부서질 것은 없다 혹 그대가 미련의 말들을 중얼거린다면 코끝에 독한 단내가 가득할 것이다 그 비굴한 시선을 개들에게서 본 적이 있다 살아온 날들에 대해, 그대가 할말을 잃을 때 그런 어떤 날, 모래를 한 움큼 입 안에 씹게 될 것이다 일생을 될수록이면 서서히, 갖은 애착으로, 그러나 결국은 깎아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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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밤 눈’ 기형도

    네 속을 열면 몇 번이나 얼었다 녹으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 또 다른 몸짓으로 자리를 바꾸던 은실들이 엉켜 울고 있어. 땅에는 얼음 속에서 썩은 가지들이 실눈을 뜨고 엎드려 있었어. 아무에게도 줄 수 없는 빛을 한 점씩 하늘 낮게 박으면서 너는 무슨 색깔로 또 다른 사랑을 꿈꾸었을까. 아무도 너의 영혼에 옷을 입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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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리뷰] 당신이 언론 지망생이라면···’글 그래도 쓴다’

    [아시아엔=송재걸 기자] <글 그래도 쓴다> (아침나라, 최보식 편저, 조선일보사 2005년)는 글 쓰는 이로서 필요한 덕목을 담고있다. 대중이 필요로 하고 요구하는 소식을 전하는 예언자적 삶을 사는 기자로서 이 책을 인상 깊게 읽은 이유이다. 해당 책은 기자들의 애환과 고민, 그에 대한 해법을 보여 준다. 특히 경제부 기자들이 전문용어를 동원하지 않고도 현 경제상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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