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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가을에’ 기형도 “잎 진 빈 가지에”
잎 진 빈 가지에 이제는 무엇이 매달려 있나. 밤이면 유령처럼 벌레 소리여. 네가 내 슬픔을 대신 울어줄까. 내 음성을 만들어줄까. 잠들지 못해 여윈 이 가슴엔 밤새 네 울음 소리에 할퀴운 자국. 홀로 된 아픔을 아는가. 우수수 떨어지는 노을에도 소스라쳐 멍든 가슴에서 주르르르 네 소리. 잎 진 빈 가지에 내가 매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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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고향길’ 권달웅 “옛 마음 그대로 오게”
여보게, 고향에 오려면 덜컹거리는 완행버스를 타고 오게. 콩밭을 지나 호박밭을 지나 거름내를 맡으며, 양복을 벗고 옛 길로 낡은 밀짚모를 쓰고 오게. 여보게, 고향에 오려면 모든 욕심을 버리고 흙 묻은 손으로 오게. 순수한 마음으로 오게 넉 세 삼베옷 입은 옛 마음 그대로 오게. 여보게, 꽁보리밥에 고추장 맛 고향의 물맛을 아는가.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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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신간] 교도관 필독서 ‘교정학 르네상스’····”‘코루토피아’를 향하여”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빠삐용> <쇼 생크 탈출> <어 퓨 굿 맨> <프리즌> <7번방의 선물> <집으로 가는 길> ······. 교도소를 배경이나 소재, 주제로 한 영화들 제목이다. 영화뿐 아니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그레이스> <춘향전> 같은 소설에도 감옥에서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펼쳐진다. 감옥, 교도소, 구치소 등 교정시설은 이름을 달리한 채 역사 속에서 인류의 삶에 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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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한글날 노래’ 최현배
강산도 빼어났다 배달의 나라 긴 역사 오랜전통 지녀온 겨레 거룩한 세종대왕 한글펴시니 새 세상 밝혀주는 해가 돋았네 한글은 우리자랑 문화의터전 이 글로 이나라의 힘을 기르자 볼수록 아름다운 스물넉자는 그속에 모든 이치 갖추어 있고 누구나 쉬 배우며 쓰기편하니 세계의 글자중에 으뜸이도다 한글은 우리자랑 민주의 근본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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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고요히 고요히’ 박노해
고요히 고요히 가을은 고요히 햇살은 고요히 씨앗처럼 고요히 산맥처럼 고요히 고요히 고요히 상처는 고요히 성숙은 고요히 별들처럼 고요히 희망처럼 고요히 고요히 고요히 여행은 고요히 길들은 고요히 내 안으로 고요히 걸어오는 것들 내 안에서 고요히 피어오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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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한로’ 홍사성 “가을볕 은근할 때 얼굴 보여주시라”
먼산에는 단풍꽃 강가에는 갈대꽃 산수유 눈물인듯 아침이슬 차갑다 들쥐도 하루하루 겨울채비 바쁜데 그대는 어찌해서 소식 한 줄 없는가 수줍은 코스모스 바람에 흔들리니 가을볕 은근할 때 얼굴 보여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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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국화 옆에서’ 서정주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천둥은 먹구름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앞에선 내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이 오지 않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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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10월 엽서’ 이해인(1945~ )
사랑한다는 말 대신 잘 익은 석류를 쪼개 드릴게요 좋아한다는 말 대신 탄탄한 단감 하나 드리고 기도한다는 말 대신 탱자의 향기를 드릴게요 푸른 하늘이 담겨서 더욱 투명해진 내 마음 붉은 단풍에 물들어 더욱 따뜻해진 내 마음 우표 없이 부칠 테니 알아서 가져가실래요 서먹했던 이들끼리도 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 눈부시게 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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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시아
[오늘의 시] ‘가을 햇살에’ 박노해
나의 날들은 다 어디로 갔나 나의 길들은 다 어디로 갔나 나의 벗들은 다 어디에 있나 즐거운 만남도 설레는 여행길도 함께 모여 담소하고 슬퍼하고 격려하던 우리 인생의 날들은 다 어디로 갔나 가을이 온다 그래도 가을이 온다 긴 먹구름과 암울한 공기를 뚫고 노란 산국화는 향기를 날리고 들녘의 벼들은 서로를 어루만지고 사과알은 햇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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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간] ‘대한민국 실록’ 머릿말···”자라나는 손주에 주는 선물”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군비통제관·정책기획관] 歷史는 한세대는 지나야 쓸 수 있다고 한다. 현재에 대한 서술은 時事다. 따라서 70년이 지난 이제 대한민국 건국사와 6.25 전쟁사에 대해서는 역사를 쓸 수 있게 되었다고 본다. 『대한민국 실록』은 개인적인 저술이다. 역사는 역사학자만이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처칠은 세계 『세계 제2차대전사』를 썼다. 네루가 딸 간디에 보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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