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오늘의 시] ‘반성’ 함민복

    늘 강아지 만지고 손을 씻었다 내일부터는 손을 씻고 강아지를 만져야지

    더 읽기 »
  • 문화

    [오늘의 시]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천둥번개가 한 번 치고 시원한 빗줄기가 내리더니 하루아침에 바람이 바뀌었다 풀벌레 소리가 가늘어지고 새의 노래가 한 옥타브 높아지고 짙푸르던 나뭇잎도 엷어지고 바위 틈의 돌단풍이 붉어지고 다랑논의 벼꽃이 피고 포도송이가 검붉게 익어오고 산국화가 꽃망울을 올리고 하늘 구름이 투명해지고 입추가 오는 아침 길에서 가늘어진 눈빛으로 먼 그대를 바라본다 조용히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를…

    더 읽기 »
  • 사회

    [오늘의시] ‘빗물’ 황효진

    거미줄에 포획되어 공중에 진주 목걸이를 펼쳤다 그 안에 천지(天地)를 오롯이 담았다 진주목걸이, 극성(極性)의 분자들이 잃어버린 빈쪽을 찾아 결합한 표면장력의 산물이다 극성분자, 영롱한 세상의 원인자다 그 극성, 어디에 있는가?

    더 읽기 »
  • 문화

    [오늘의시] ‘강우’降雨 김춘수

    조금 전까지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옆구리 담괴가 다시 도졌나, 아니 아니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더 읽기 »
  • 문화

    [오늘의시] ‘사람’ 박찬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생각이 무슨 솔굉이처럼 뭉쳐 팍팍한 사람 말고 새참 무렵 또랑에 휘휘 손 씻고 쉰내 나는 보리밥 한 사발 찬물에 말아 나눌 낯 모를 순한 사람 그런 사람 하나쯤 만나고 싶다 – 시집, ‘화염길’, 민음사,1995

    더 읽기 »
  • 문화

    [오늘의 시] ‘물과 빛이 끝나는 곳에서’ 이성복(1952~ )

    물과 빛이 끝나는 곳에서 종일 바람이 불어 거기 아픈 사람들이 모래집을 짓고 해 지면 놀던 아이들을 불러 추운 밥을 먹이다 잠결에 그들이 벌린 손은 그리움을 따라가다 벌레먹은 나뭇잎이 되고 아직도 썩어가는 한쪽 다리가 平床 위에 걸쳐 누워 햇빛을 그리워하다 물과 빛이 끝나는 곳에서 아직도 나는 그들을 그리워하다 발갛게 타오르는 곤충들의…

    더 읽기 »
  • 문화

    [오늘의 시] ‘반딧불’ 김영무(1944~2001)

    서산마루에 초승달 희미한 호롱불처럼 걸려 있어 깜깜하던 하늘 전체가 아늑한 오두막 되면 등잔에 기름 떨어져 불도 못 켜고 가슴만 졸이던 개똥벌레 한 마리 비로소 마음속에 반딧불 밝히고 길을 찾는다 – 시집, ‘가상현실’, 문학동네, 2001 https://youtu.be/Ln5PjfAiJC4

    더 읽기 »
  • 사회

    [오늘의 시] ‘진짜 나로’ 박노해

    진짜 장소에 진짜 내 발로 진짜 표정으로 진짜로 말하고 진짜로 살아 움직이는 진짜 사람을 만나야겠다 그러면 지금 여기 딛고 선 나의 근거들이 감정과 욕구와 관계가 이 확실성의 세계가 진짜 얼마나 가짜인지 진짜 살아있는 그곳에 진짜 사람인 그 곁에 진짜 나로 서 보고 싶다 살아서 진짜로 진짜 나로

    더 읽기 »
  • 동아시아

    [최명숙의 시와 사진] 나만의 기준을 세워놓고 고착화시킨 편견

    친구야! 장애에 대하여 굳이 설명하려 들지마라. 때로는 기다리는 것도 필요한 일이란 걸 잘 알지 않는가 장애를 알지 못해 생기는 편견, 장애를 잘 안다고 하면서 혼자만의 기준을 세워놓고 고착화시킨 편견, 그것들은 우리를 때로 슬프게도 하고 아프게도 하지. 자네나 나나 느끼는 정도나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지, 그에 앞서 스스로 얼마나 자신을 돌아보며…

    더 읽기 »
  • 문화

    [오늘의 시] ‘나무15’ 송경상

    나무는 서두르지 않는다 한 해에 나이테 하나만큼씩만 큰다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다 뚜벅뚜벅 한 해에 나이테 하나씩은 꼭 만든다 두 개를 꿈꾸지도 한 해를 거르지도 않는 느티나무 아래서, 나는 담배 한 대를 물고 쏜살같이 서울로 가는 KTX를 바라보고 있는데, 동네 할아버지 한 분이 장화를 싣고 논물을 보러 가신다

    더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