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오늘의 시] ‘되피절 부처님’ 민영

    내 어린 시절 한다리 건너 관우리 지나 되피절 부처님 찾아가던 길은 초록빛 비단의 꿈길이었네. 바늘에 찔린 오른손가락 왼손으로 지그시 감싸 쥐시고 이승의 새빨간 노을을 보며 안스러이 웃으시던 되피절 부처님. 내 고향 철원이 毛乙冬非라 불리던 아득한 옛날 가난한 집 아이들 누더기옷을 꿰매주시다 다친 손가락. 그 손에서 흘러내린 자비의 피가 싸움에 지친…

    더 읽기 »
  • 동아시아

    [신간] ‘설악무산의 방할’···조오현 스님의 ‘꾸짖음’

    5월 31일은 무산 조오현 스님(1932~2018년) 5주기입니다. 스님은 이런 임종게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천방지축 기고만장 허장성세로 살다 보니 온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 억!” 스님은 또 “깨달았다고 저 혼자 산중에 앉아서 잘 살면 뭐하겠어요? 깨달았으면 깨달음의 삶을 살아야 할 게 아닌가!”라며 “부처 될 생각 말고, 화두에 속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시아엔>은  가까이에서…

    더 읽기 »
  • 문화

    [오늘의 시] ‘소만'(小滿) 홍사성

    무논에 물 들어차니 개구리 울음 요란합니다 맘껏 자란 보리밭은 푸른 물결 넘실거립니다 금계국 넝쿨장미가 돌담 옆에 활짝 폈습니다 짝짓는 들꿩 소리가 뒷산 가득 울려퍼집니다 아직은 덜 무성해도 신록 깊은 초여름입니다

    더 읽기 »
  • 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하얀 꽃’···”아카시 찔레꽃 같고 이팝나무 때죽나무 층층나무 꽃 같은”

    오월을 걷는다 사방 초록의 천지 물빛조차 진초록이다. 출렁이는 초록의 복판을 헤쳐 네게로 간다. 너는 그 초록 속 하얀 꽃 아카시 찔레꽃 같고 이팝나무 때죽나무 층층나무 꽃 같은 하얗게 그리 눈부신 꽃 초록빛으로 눈먼 내 눈을 초록 바다에서 허우적이던 내 혼을 화들짝 깨우는 그 하이얀 꽃이다 그 아픔이다 오월의 너는

    더 읽기 »
  • 동아시아

    [신간] ‘너의 거울이 되어 줄게’···브라운대 유학생의 ‘마음 치유기’

    필자에게 <너의 거울이 되어 줄게>(김정근 저, 다우출판, 2023년 4월 21일 초판인쇄)가 도착한 것은 지난 5월 3일이었다. 제목과 머리말, 추천글 정도만 훑어보고 ‘이 책은 반드시 끝까지 읽으리라’ 하고 일단 책장을 덮었다. 그리고 열흘 지난 5월 13일 고려인마을이 있는 경기도 화성 병점과 발안을 오가는 전철에서 #1.‘설렘보다 깊은 어둠’에서 #10.‘경계선이 우리를 배신할 때’까지…

    더 읽기 »
  • 문화

    [오늘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으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더 읽기 »
  • 문화

    [오늘의 시] ‘내 영화’ 김영관

    한편의 엔딩 모를 영화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어떻게 끝날 지 모르는 그것이 내가 촬영하고 있는 시나리오을 쓰고 있는 한편의 영화, 엔딩을 알 수 없는 내가 주인공 감독 작가 다하네 웃을 일을 만들고 싶어두 울게 되는 울고 싶어두 웃게 되는 앞을 알 수 없는 한치 앞도 모를 내가 직접 만들어야…

    더 읽기 »
  • 문화

    [오늘의 시] ‘아이야’ 박노해

    아이는 온 우주를 한껏 머금은 장엄한 존재 아무도 모른다 이 아이가 누구이고, 왜 이곳에 왔고, 그 무엇이 되어 어디로 나아갈지 지금 작고 갓난해도 영원으로부터 온 아이는 이미 다 가지고 여기 왔으니 이 지구별 위를 잠시 동행하는 아이들에게 나는 한 사람의 좋은 벗이 되어주고, ‘뜨거운 믿음의 침묵’으로 눈물의 기도를 바칠 뿐이니…

    더 읽기 »
  • 문화

    [신간] 박일환 동시집 ‘토끼라서 고마워’

    닭을 키우다 보면 천적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많은 피해를 끼치는 놈이 서생원 쥐다. 알도 물어가고 햇병아리도 물어간다. 어미닭도 파먹는다 하는데 그런 경우는 당해보지 않았다.  고양이, 개도 닭을 잡아먹는다. 병아리가 울 밖으로 나오면 이들의 공격 대상이다. 개한테 병아리 여러 마리를 잃었다. 너구리가 닭장 주변을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어미닭과…

    더 읽기 »
  • 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흐름 위에’…”모든 것 놓고 다만 활짝 가슴 열어”

    흐름 위에 자리한 이여 남은 시간은 얼마인가. 머뭇거리는 사이에도 흐르는 시간 우리 할 일은 무엇이고 이룰 수 있는 건 또 무엇인가. 오직 흐를 뿐, 가벼워야 저 흐름을 탈 수 있으리. 그대 빈손을 다오. 여기 내민 손이 있다. 모든 것 놓고 다만 활짝 가슴 열어 함께 흐르며 그 흐름을 즐겨야할 뿐.…

    더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