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국제성형외과학회의 얼굴 외상 관련 학술 세션에서 좌장을 맡았다. 발표 중 인공지능과 의사의 관계를 설명하는 익숙한 문장이 소개되었다.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의사는 그렇지 않은 의사를 대체할 것이다.” 귀에 익은 말이지만, 여전히 생각할 거리가 많다.
나는 발표자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이 말을 법률가에게도 적용할 수 있겠습니까?” 발표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을 덧붙였다. 책임을 지는 법률가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짧은 답변이었지만 오래 마음에 남았다.
의사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영상 자료를 분석하고 진단을 보조받으며 수술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법률가는 판례를 검색하고 계약서를 검토하며 법률 논리를 정리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인공지능은 이미 여러 전문직의 업무 방식을 바꾸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와 행정은 어떨까? 최근에는 공적인 논쟁에서 인공지능에게 질문한 결과를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제시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한쪽에서는 특정 인공지능의 답변을 인용하고, 다른 쪽에서는 다른 질문을 통해 얻은 상반된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같은 인공지능이라도 질문의 내용과 전제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 있다.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원하는 답에 가까운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의 답변은 참고할 수 있는 자료이지, 그 자체로 최종적인 판단이나 권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대통령도 인공지능에게 물어볼 수 있다. 국회의원도, 판사도, 의사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일을 탓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 답변을 얼마나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올바르게 활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의사가 인공지능의 분석을 참고했다고 해서 환자에 대한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변호사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서 의뢰인에 대한 책임을 기계에 넘길 수는 없다.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의 의견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헌법과 법률에 따른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맡길 수는 없다.
여기서 전문직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전문가란 단순히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지식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그 판단이 가져올 결과를 감당하는 사람이다. 의사에게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 법률가에게는 의뢰인의 권리와 자유가, 공직자에게는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가 걸려 있다.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지식의 검색과 정리는 점점 쉬워질 것이다. 그러나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오히려 기계가 더 많은 답을 내놓을수록 사람에게는 더 깊은 판단력이 요구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미래의 전문가는 인공지능보다 더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인공지능이 내놓은 답을 검증하고, 필요한 부분을 활용하며, 잘못된 결과가 나왔을 때 자신의 판단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기술은 발전하고 도구는 바뀐다. 그러나 책임의 주체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에게 물을 수는 있다. 그러나 책임을 맡길 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