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칼럼

코리아타운의 주역, 한인 시니어…이제 존엄과 참여의 공동체로

산전수전 다 겪으며 인생의 수많은 고비를 넘어온 한 시니어가 산 정상에서 새로운 아침을 맞고 있다. 노년은 삶의 끝자락이 아니라, 오랜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또 다른 길을 열어가는 시간이다. (AI 생성 이미지)

미국은 매년 8월 21일, ‘시니어의 날(National Senior Citizens Day)’이다. 이 날은 1988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서명한 선언문(Proclamation 5847)을 통해 공식 제정되었다. 레이건은 당시 “노년층이 독립과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를 보자”고 강조하며, 노년층의 공헌을 국가적 차원에서 기념하는 첫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미국 사회는 이날을 통해 ‘노년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경험과 지혜를 가진 사회적 자산’이라는 메시지를 재확인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국제사회로 이어져 UN은 1990년 12월 14일, 매년 10월 1일을 ‘국제 노인의 날(International Day of Older Persons)’로 지정했다. 첫 기념일은 1991년이었다. 이날은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현실 속에서, 노인의 권리·건강·사회참여를 국제적 의제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2025년 유엔 국제노인의 날의 공식 주제를 ‘지역 및 전 세계적 행동을 주도하는 노년층: 우리의 열망, 웰빙 그리고 권리’로 정해, 노인을 ‘보호받아야 할 존재’가 아닌 ‘변화를 이끄는 주체’임을 강조했다. 이는 노년층을 사회적 약자로만 바라보던 기존 시각을 넘어, 그들의 경험과 역량을 지역·국가·세계적 발전의 동력으로 재조명하는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2026년에는 ‘장수의 시대: 더 긴 삶을 위한 시스템 재고’라는 주제를 채택하여, ‘장수 시대에서 노인을 존중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며, 사회 전체가 함께 장수의 혜택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의 ‘노인의 날’은 매년 10월 2일이다. 1997년 제정된 이날은 오랜 세월 이어져 온 경로효친(敬老孝親)의 가치를 현대 사회에서 재해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국 정부는 10월을 ‘노인의 달’로 지정하고, 노인의 날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념행사와 복지 정책 홍보를 진행한다. 한국의 노인의 날은 전통적 ‘효’ 문화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초고령 사회가 직면한 현실적 문제를 드러내는 날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으며, OECD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빈곤율은 약 4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부는 매년 기념식에서 장수 어르신들에게 ‘청려장’을 수여하고, 노인복지 유공자를 포상하며, 건강·복지·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25년 기념식에서는 2,568명의 만 100세 장수 어르신들이 청려장을 받았으나 기념식의 화려함과 달리, 한국 노년층의 삶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도심의 무료 급식소에 줄을 서는 모습은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를 보여준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코리아타운은 이미 65세 이상의 시니어가 된 이민 1세대가 뿌리내린 기억의 장소이자 정체성의 거점이고, 노년기에 접어든 한인들에게는 삶의 안전망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특히 코리아타운의 존재는 단순한 문화적 상징을 넘어 노년층의 삶의 질을 지탱하는 실질적 기반임을 알 수 있다. 코리아타운은 무엇보다 한인 시니어들이 언어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생활권이며 노년층의 자존감과 독립성을 지켜주는 핵심 지역이고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는 공동체의 장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년층에게 코리아타운은 단순한 ‘동네’가 아니라, 삶의 여정이 응축된 ‘정체성의 공간’이다.

이제 코리아타운이란 한인 공동체는 한인 시니어들과 함께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커뮤니티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 이러한 논의의 시작을 위해서 필자는 아래와 같이 재미한인 시니어들을 위해 ‘코리안 시니어 헌장’과 ‘실천 행동 강령’을 만들어 봤다.

‘코리안 시니어 헌장’ 우리는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계승하고, 미국 사회에 정착한 코리안 시니어들로서 양국의 우호 증진과 상호 발전에 기여하며, 우리의 후손들이 한국과 미국 나아가 세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양육하며, 우리 자신의 삶이 보람 있고 가치 있도록 하는 데 노력하고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이 실천 행동 강령을 준수한다.

‘실천 행동 강령’ 첫째, 우리는 우리 자신의 품위를 위해 발언하고 행동한다. 둘째, 우리는 우리 자신의 정신을 위해 학식을 넓히고 건강을 지킨다. 셋째, 우리는 우리 자신의 건강을 위해 친구를 사귀고 취미생활을 한다. 넷째, 우리는 우리 자신의 보람을 위해 사회에 참여하고 봉사한다. 다섯째, 우리는 우리 자신의 안락을 위해 대접 받기보다 먼저 베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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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완

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한국외대 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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