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스센터 창가에 앉으면 서울의 여러 시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덕수궁의 지붕과 나무,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서울시청과 남산이 저마다의 모습을 드러낸다. 해가 기울 무렵이면 건물과 나무의 빛깔이 달라지고, 식사하던 사람들도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창밖을 바라본다.
이 풍경은 프레스센터를 찾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여러 차례 방문하다 보면 창밖 못지않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손님을 맞고, 음식을 내고, 행사를 준비하고, 사람들이 떠난 자리를 정리하는 직원들이다.

이곳에서는 오래 근무한 직원들을 만날 수 있다. 10년, 20년씩 자리를 지킨 이들도 있다. 익숙한 얼굴이 다시 손님을 맞고, 여러 해 쌓인 경험이 다음 모임을 준비하는 데 쓰인다. 자주 찾는 사람에게는 그 연속성이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장기근속만으로 한 직장의 근무 환경을 모두 평가할 수는 없다. 다만 이용객이 체감하는 장점은 분명하다. 공간을 잘 아는 직원이 있고, 부탁을 전할 상대가 있으며, 이전에 나눈 이야기가 다음 만남으로 이어진다. 모임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경험이 신뢰가 된다.
행사를 여는 사람은 참석 인원과 진행 순서, 준비물 등 여러 가지를 신경 쓴다. 현장을 아는 직원과 차분히 의논할 수 있으면 걱정이 줄어든다. 20년 인연인 신진희 지배인과 직원들의 응대에서도 그런 안정감을 느낀다.
직원들의 수고는 행사가 끝난 뒤에도 이어진다. 사람들이 떠나면 식기와 집기를 정리하고, 남겨진 물건을 확인해야 한다. 이용객에게는 끝난 행사지만 직원들에게는 마무리할 일이 남아 있다.
지난 9월 29일 이곳에서 한달 반쯤 전에 두고 온 도자기 주전자를 돌려받았다. 보관하고 있다가 돌려준 것이다. 주인인 나는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누군가 챙겨두고 있었던 것이다. 작은 물건이지만, 이 일을 통해 프레스센터 레스토랑의 응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같은 날 기자의 <왜 다시 아시아인가> 북토크를 마친 뒤 두고 온 기념패와 진행 메모를 문의했을 때도 그랬다. 직원은 물건의 모양과 위치를 묻고, 당시 근무자에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종이 메모와 기념패는 바로 내게 돌아왔다. 다시 살펴보며 챙겨 놔뒀던 것이다.
찾을 수 있다고 장담하지 않고, 처리 과정을 설명하며 가능한 일을 알아봐주는 태도가 맘에 들었다. 이용객은 결과와 함께 이런 응대도 기억한다. 부탁을 듣고 확인할 일을 하나씩 짚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인다.

프레스센터 외식점은 한화그룹이 운영한다. 20년 넘게 이곳을 이용하며 전해 들은 이야기가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이 적자를 보더라도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직접 들은 발언은 아니지만, 음식과 서비스에 정성을 기울인다는 인상은 방문할 때마다 받았다.
좋은 재료로 음식을 준비하는 일과 손님을 세심하게 맞는 일은 식탁에서 함께 드러난다. 사람들은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직원들의 응대를 통해 그 공간을 기억한다. 회의나 행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참석자들이 본래의 내방 목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현장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2002년부터 프레스센터에서 사람을 만나고 모임을 열었다. 한국기자협회와 아시아기자협회 일로 해외 언론인들을 맞았고, 언론인이 아닌 지인들과도 여러 차례 자리를 함께했다. 프레스센터라는 이름 때문에 기자들만 이용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 경험에서 이곳은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었다.

창밖 풍경도 그런 만남에 여유를 더한다. 덕수궁과 성공회 성당을 함께 바라보면 궁궐과 종교 건물, 그 곁의 현대적인 도시가 한 시야에 담긴다. 거리에서는 따로 보이던 건물들이 위에서 보면 서로의 이웃이라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특히 석양 무렵의 풍경이 좋다. 도심의 분주함을 내려다보면서도 잠시 그 속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오랜 지인과 식사하거나 처음 만난 사람과 이야기를 시작하기에도 편안한 배경이다.
이곳은 연회비를 내고 할인 혜택을 받는 회원제도 함께 운영한다. 최근 들어 이용객이 많아 신규 회원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다시 부활되길 바란다. 할인도 반갑지만, 오래 찾은 공간과 인연을 이어가는 즐거움이 더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