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

베이징 성요셉성당의 닫힌 문 앞에서…묵주기도는 이어졌다

그녀는 성당 문 앞에 서서 묵주를 손에 들고 기도하고 있었다. 다섯 단을 바치고 나면 성호를 그었다. 그리고 다시 사도신경으로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성호를 긋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았다. 그녀는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지극히 평범했다. 그저 서서 묵주를 돌리며 한 알 한 알 기도를 바쳤다. 그런데 오래 바라볼수록 그 평범함이 비범하게 느껴졌다.-본문에서

중국에서 종교는 국가가 정한 제도와 틀 안에서 관리된다. 가톨릭 역시 예외가 아니며, 교회의 지도자와 성직자에 관한 문제에도 국가의 영향력이 깊이 미친다. 그러나 제도가 신앙의 모든 것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베이징 왕푸징 거리에 있는 성요셉성당에 갔다. 성당 앞에는 작은 광장이 있었다. 광장 왼편에는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중년 남자의 석상이 서 있었다. 목수 요셉이었다. 성인의 석상이라기보다 한 아버지가 아이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성당 아치 위에는 ‘1904’라고 새긴 석판이 있었다. 백 년도 훨씬 넘는 시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성당이었다.

성요셉성당

오후 네 시 반쯤 그곳에 도착했다. 일행에게는 한 시간 반가량의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사람들은 왕푸징 거리를 둘러보거나 백화점으로 향했다. 나는 성당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그런데 성당 문은 모두 닫혀 있었다. 천주교 성당은 미사가 없는 시간에도 기도하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열어두는 경우가 많다. 나는 성당 주위를 천천히 걸어보았다.

그러다 한 여인을 보았다. 그녀는 성당 문 앞에 서서 묵주를 손에 들고 기도하고 있었다. 다섯 단을 바치고 나면 성호를 그었다. 그리고 다시 사도신경으로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성호를 긋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았다.

그녀는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지극히 평범했다. 그저 서서 묵주를 돌리며 한 알 한 알 기도를 바쳤다. 그런데 오래 바라볼수록 그 평범함이 비범하게 느껴졌다.

묵주기도를 뜻하는 ‘로사리오’라는 말은 장미와 관련이 있다. 묵주기도를 성모님께 장미꽃을 바치는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녀는 닫힌 성당 문 앞에서 장미를 바치고 있었다.

얼마 후 문이 열렸다. 나도 성당 안으로 들어가 성체가 모셔진 곳을 찾아보았다. 성체등과 감실을 찾고 싶었지만, 내가 알고 있는 모습의 성체등이나 감실은 눈에 띄지 않았다. 문이 닫혀 있을 때에는 안을 볼 수 없었다. 문이 열린 뒤 들어갔는데도 내가 찾던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밖으로 나오니 그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묵주를 돌리고 있었다. 주교를 누가 임명하고 사제가 어떤 강론을 하는가는 교회의 제도와 운영에 관련된 일일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이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까지 누가 대신할 수 있을까.

‘중 보려고 절에 가나, 부처님 보려고 절에 간다’는 말처럼, 사람은 제도를 만나기 위해 종교의 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분을 만나기 위해 찾아가는지도 모른다.

광장 왼편에는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중년 남자의 석상이 서 있었다. 목수 요셉이었다. 성인의 석상이라기보다 한 아버지가 아이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본문에서

성당 앞 광장은 열린 공간이었다. 사람들이 오갔고, 노래가 들렸다. 누군가 중국어로 한국 동요를 부르고 있었다. 그 광장 한쪽, 조금 전까지 닫혀 있던 성당 문 앞에서는 한 중국인 신자가 말없이 묵주를 돌리고 있었다.

노래와 기도, 광장과 성당, 열린 공간과 닫힌 문. 중국어로 불리는 한국 동요와 중국인 신자의 묵주기도는 서로 다른 모습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날 내 눈에는 모두 같은 공간에서 사람들이 저마다 무언가를 찾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성체등과 감실은 찾지 못했다. 그러나 이름도 모르는 그 신자는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녀에게는 그곳에 성당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위안이었을지도 모른다. 문이 열리지 않아도 기도할 수 있고, 사제가 곁에 없어도 하느님께 말을 건넬 수 있으니까.

묵주 한 알 한 알이 장미라면, 그녀는 그날 성모님께 몇 송이의 장미를 바쳤을까. 문은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그러나 그녀의 기도는 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과 상관없이 이어졌다. 어쩌면 닫힌 문 앞이야말로 그녀에게는 가장 열린 곳이었는지도 모른다.

▼ 아시아엔 후원계좌 ▼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아시아엔과 아시아 저널리즘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우리은행 1005-601-878699 (주식회사 아자미디어앤컬처)

황건

이대 해부학교실 초빙교수, 인하의대 명예교수,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세계사' 저자

필자의 다른 기사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본 광고는 Google 애드센스 광고이며, 본 사이트와는 무관합니다.
Back to top button
AI 에이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