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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쿠반 압디멘, 키르기스스탄 센트럴아시안라이트 발행인] 2027~2028년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임기를 앞둔 키르기스스탄의 사디르 자파로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뉴욕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 참석해 연설에 나섰다. 키르기스스탄은 오는 2027년 1월 27일 대선을 앞두고 있다. 중대한 변곡점 둘을 눈앞에 둔 자파로프 대통령에게는 외교적 메시지를 던지기에 적절한 시점이었다.자파로프 대통령은 이번 유엔 연설에서 이례적이면서도 도전적인 의제들을 제시했다. 채택과 이행 사이의 간극에 집중한 것이다. 그는 총회 기간 회원국들의 결의와 약속 이행 현황을 상시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기에는 합의된 기준에 따른 정기 보고와 지역·분야별 분석을 포함하고, 독립기관이 참여해 관리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지속적인 미이행에 대해서는 4단계의 점진적 절차를 제시했다. 공식 통보 및 협의, 실질적 장애 요인을 파악하기 위한 모니터링, 총회 본회의에서의 검토, 유엔 헌장에 근거한 안보리 회부다.
아울러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대해서는 이행 관련 사안에 한해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을 요청하고, 이러한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실무그룹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구성과 관련해서는 아프리카 2석과 중남미 1석 배정을 지지했다.
이는 키르기스스탄과 같은 중소 규모 국가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접근법이다. 경제력이나 군사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들도 모든 국가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규칙을 통해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자파로프 대통령은 이러한 제안들을 통해 국가 간 평등을 뒷받침할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파로프 대통령은 제재와 관련해서도 과감한 제안을 내놓았다. 그는 제재 부과 권한이 유엔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재 발의에는 인도주의적·경제적·사회적 영향에 대한 사전 평가가 수반돼야 하며, 법적 근거와 뚜렷한 목표, 해제를 위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모니터링과 정기 검토를 위한 유엔의 단일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키르기스스탄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다. 키르기스스탄의 은행과 기업들은 자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제재로 인한 리스크에도 노출돼 있다. 제재에 관한 권한을 유엔 기반의 다자 프레임워크로 이전한다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작은 국가들도 비대칭적인 양자 관계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입장을 제도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자파로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가장 큰 비중을 할애한 것은 기후 문제였다. 그는 “키르기스스탄이 오는 2027년 제2차 세계산악정상회의 ‘비슈케크+25’를 개최해 산악 지역 개발을 위한 5개년 국제 행동 기간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유엔 관할 아래 이식쿨 호수 보전을 위한 전용 신탁기금 설치를 촉구하면서, 키르기스스탄 정부도 이를 위해 1,000만 달러(약 136억원)를 출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자파로프 대통령이 제시한 이식쿨 호수의 현실은 심각하다. 지난 170년 동안 수위가 약 14m 하락했으며, 최근 5년간 연간 약 7cm씩 하강하는 등 감소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한때 101개의 하천이 호수로 유입됐으나 최근에는 30여 개까지 줄었다. 톈산 빙하도 지난 70년 동안 질량의 30% 이상을 잃었다.
1,000만 달러로 호수를 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그의 발언 자체는 기후 문제에서 키르기스스탄이라는 국가의 포지션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원을 요청하는 나라에서 직접 이니셔티브를 발의하는 국가로의 전환이다. 이는 다른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주목하지 않는 틈새를 활용해 산악국가들의 대변자 역할을 자처하려는 키르기스스탄 정부의 의도로도 읽힌다.
키르기스스탄은 위와 같은 의제들에 대해 현실적인 목표치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유엔은 그동안 거부권 자제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으나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키르기스스탄은 임기 동안 이행 메커니즘과 이식쿨 기금에 집중하는 것이 보다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안보리에 처음 진출하는 인구 700만 명의 국가로서는 현실적인 기대치다.
이 지점까지만 본다면 국가 역사상 최초로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을 맡는 한 국가의 포부로 봐도 무리가 없다. 그러나 대선을 불과 4개월 앞둔 키르기스스탄에서는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둘러싼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 출마 의사를 밝혔기에 더욱 그렇다.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출과 이번 유엔 연설은 자파로프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로 기록될 수 있다. 특히 독립 35년 만에 142개 회원국의 지지를 받아 얻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자리는 국내 유권자들에게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는 성과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시점이다. 자파로프 대통령이 제시한 제안들은 오는 2027년 1월 1일부터 유엔 관련 위원회에 순차적으로 제출될 예정이며, 키르기스스탄의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임기는 2028년까지 이어진다. 키르기스스탄 대선은 2027년 1월 27일 치러진다.
즉, 뉴욕에서 발표된 의제들은 선거 캠페인보다 오래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자파로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더라도 이번 유엔 연설을 통해 제시한 의제들은 키르기스스탄의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임기 동안 지속된다.
자파로프 대통령은 대선과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임기가 맞물린 시점에서 국내 정치와 대외정책을 교차시켰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중앙아시아에서 찾아보기 드문 사례다. 키르기스스탄 대선까지 4개월 남은 이 시점, 자파로프 대통령이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아시아엔 영어판 : Four Months Before the Vote: Kyrgyzstan’s Procedural Bet at the United Nations – THE Asi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