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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중에도 고쳐 쓴 이승만의 육필…오늘의 대통령들, SNS 글은 얼마나 다듬는가

이승만 대통령 친필, 전쟁기념관 6·25전쟁실 2에 있다. <사진 황건>

전쟁기념관 6·25전쟁실 2에 갔다. 9·28 서울 수복 이후 북진을 독려하는 이승만 대통령의 육필 원고가 전시되어 있었다.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단정한 글씨였다. 세로로 가지런히 내려쓴 글씨 사이에는 고쳐 쓴 흔적도 보였다. 그런데 내 시선을 더 오래 붙잡은 것은 글씨가 아니라 종이였다. 원고지 위쪽에 인쇄된 글자가 있었다. 「大統領秘書室用原稿」. 대통령 비서실에서 사용하는 원고지였다.

나는 그 원고지를 한참 바라보았다. 대통령의 말도 한 번 쓰고 곧바로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니었다. 원고지에 쓰고, 고치고, 다시 살펴본 흔적이 있었다.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의 말이 세상에 나가기 전에 거쳐야 했던 시간이 그 작은 종이 위에 남아 있었다.

생각해보면 위대한 음악도 다르지 않다. 모차르트의 육필 악보를 보면 처음부터 모든 음표가 완벽하게 놓여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우고 고쳐 쓴 흔적이 있다. 음악에도 퇴고가 있었던 셈이다.

장적(張籍)의 「추사(秋思)」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行人臨發又開封(행인임발우개봉). 편지를 전하려는 사람이 막 출발하려 할 때, 글쓴이가 다시 편지를 열어본다는 뜻이다. 혹시 못다 한 말이 있을까 싶어서다.

이 구절은 우리 고전소설 『춘향전』에서도 재미있게 쓰인다. 변장한 이몽룡이 남원에서 한양으로 가는 방자에게 춘향의 편지를 보여달라고 하면서 이 구절을 꺼낸다. 방자는 초라한 이몽룡의 행색과 어울리지 않는 그럴듯한 문자를 듣고 “문자 속은 기특하다”고 감탄한다. 편지를 다시 열어보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편지 대신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있다. 국가 지도자의 생각도 몇 줄의 글로 국민과 세계에 곧바로 전달된다.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큰 장점이다. 국제적인 현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뜻을 신속하게 알릴 수 있다.

하지만 속도가 빨라진 만큼 어려움도 생겼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거나 표현이 충분히 다듬어지지 않은 글이 세상에 나갔을 때, 나중에 삭제하고 정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미 읽은 사람들의 기억과 복제된 글까지 다시 거두어들이기는 어렵다. 한 번 세상에 나온 말은 다시 원고지 속으로 넣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전쟁기념관에서 본 그 원고지가 자꾸 생각난다. 「大統領秘書室用原稿」. 네모난 칸 안에는 단정한 글씨와 함께 고쳐 쓴 흔적이 남아 있었다.

공인의 말, 특히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의 말은 한 번 발표되면 개인의 말로 끝나지 않는다. 기록이 되고, 때로는 역사가 된다. 그렇다면 세상에 내보내기 전에 한 번 더 읽고, 고치고,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어쩌면 장적의 「行人臨發又開封」도 그런 마음이었을지 모른다.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열어보는 것. 말이 너무 빨리 세상으로 나가는 시대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그 몇 초의 망설임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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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

이대 해부학교실 초빙교수, 인하의대 명예교수,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세계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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