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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재발견] 임사라 ‘자유가 자유에게 묻다’…북한 국경을 넘은 뒤에도 계속된 자유의 여정


책 첫 장에 임사라 저자의 친필 글이 남아 있다. ‘이상기 기자님께’로 시작해 ‘원하다 컨퍼런스에서 하나됨을 감사합니다. 2023.7.22 임사라 드림’으로 끝나는 짧은 글이다. 그가 전해준 <자유가 자유에게 묻다>(부제-자유를 찾아 떠난 3762일의 기록)를 최근 다시 펼치니 그 손글씨 앞에서 먼저 눈길을 멈추게 된다. 저자가 이 책을 건네며 내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임사라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북한을 떠나 중국으로 갔다. 그러나 돈을 벌어 돌아오리라는 기대와 달리 인신매매를 당해 원치 않는 결혼을 했다. 그곳에서 탈출한 뒤 중국 톈진에서 조선족 양어머니를 만나 기독교 신앙을 접했다. 낯선 땅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시간은 그에게 자유가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 가르쳤다.

중국에서의 삶도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공안에 붙잡혀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고, 고향 회령의 전거리교화소에서 2년간 수감생활을 했다. 책에는 굶주림과 고된 노동,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그곳에서 만난 김영아를 통해 신앙인의 삶을 가까이서 보았고, 자신이 살아갈 이유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출소한 뒤에는 고향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중국에서 잠시 경험한 바깥세상을 잊을 수 없었다. 다시 북한을 떠나 중국과 베트남, 라오스를 거쳐 한국에 왔다. 한 차례의 탈출과 북송, 수감생활을 겪고도 다시 길을 나선 것이다.

<자유가 자유에게 묻다>(누림과이룸, 2021)는 이 여정을 저자 자신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북한에서의 생활, 첫 탈출, 중국에서 보낸 시간, 교화소 수감과 출소 후의 삶, 재탈북과 한국 정착까지 이어진다. 제목에 ‘자유’가 두 번 들어가는 까닭은 책을 읽으며 조금씩 분명해진다. 하나는 목숨을 걸고 찾아야 했던 자유이고, 다른 하나는 그 자유를 얻은 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한국에 도착했다고 저자의 삶에서 어려움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이 남았다. 바라던 곳에 이르렀는데도 마음은 아플 수 있다. 저자는 그 시간까지 책에 담았다. 탈북의 과정뿐 아니라 한국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가 고난을 이해하고 견디는 데 기독교 신앙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중국에서 처음 복음을 접한 일, 교화소에서 만난 사람, 한국에서 함께 지내게 된 교회 공동체가 그의 이야기에 이어진다. 신앙은 이 책에서 뒤늦게 덧붙인 결론이 아니라, 저자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방식이다.

책 뒷면에는 임사라의 삶을 지켜본 이들의 글이 실려 있다. 조건회 예능교회 담임목사는 자유를 찾아 걸어온 한 사람의 아픔과 기쁨에 동참하고 싶다고 적었다. 송예순 경기부천소사지역자활센터장은 임사라를 통해 “나를 넘어 우리를 생각하게 된다”고 썼다. TAS International 김하민 대표는 이 책을 고난에서 다시 일어날 힘을 실어주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최지흥 민들레가족상담센터 소장은 임사라가 핀란드와 미국, 이집트, 일본 등에서 자신이 겪은 일과 북한의 삶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임사라는 한국에서 민들레가족상담센터에 소속돼 탈북민 전문상담가로도 활동해 왔다.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쓰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탈북민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에도 선 것이다.

이 책을 읽을 때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그가 거쳐 온 고난이다. 그러나 책장을 덮은 뒤 오래 남는 것은 그 이후의 삶이다. 임사라는 북한 밖으로 나왔고, 북송된 뒤 다시 떠났으며, 한국에 와서는 자신이 지나온 길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 여정에는 살아남은 사람의 기쁨과 함께 여전히 풀어야 할 그리움이 있다.

책의 마지막 질문은 ‘당신은 지금 자유한가?’다. 저자가 찾아온 자유를 가볍게 내 삶에 견줄 수는 없다. 다만 그가 남긴 질문 앞에서, 내가 누리는 자유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첫 장의 친필 글을 다시 읽는다. 책을 건네받던 날에는 미처 다 헤아리지 못했던 시간이 그 글 뒤에 놓여 있다. 임사라가 자신의 삶을 써 내려간 이유를 생각하며 책을 덮는다. 그가 어렵게 찾아온 자유 안에서 앞으로도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써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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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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