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광역시 신임 대변인에 박록삼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이 11일 내정됐다. 오랫동안 기자로 현장을 누빈 뒤 언론사를 떠나 한국기자협회장 선거에 도전하고, 소설을 쓰며 새로운 길을 모색해온 언론인이 이제 행정과 시민을 잇는 ‘인천의 입’을 맡게 됐다. 인천시는 공개모집 절차를 거쳐 박 전 논설위원을 지방 3급 상당 개방형 직위인 대변인으로 선정했으며 13일 임용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대변인 임기는 2년이다.
1971년 광주에서 태어난 박록삼 신임 대변인은 광주 석산고와 한양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서울신문에 입사해 정치부·사회부·문화부·정책부 등 여러 부서를 거쳤고 인터넷부장, 논설위원 등을 지냈다. 서울신문 노조위원장과 우리사주조합장을 맡아 회사 경영과 언론 독립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한국기자협회 수석부회장도 역임했다.
서울신문과의 인연은 24년에 이른다. 그러나 2023년 5월 회사를 떠났다. 당시 그는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장으로서 호반의 서울신문 인수에 반대해왔으며, 퇴사 당시 사내게시판에 더 이상 회사에서 희망을 품기 어렵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오랫동안 몸담고 사랑했던 직장을 떠나는 결정은 그에게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퇴사 뒤에는 시사위크 선임기자로 일하면서 같은 해 제49대 한국기자협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박록삼 후보가 당시 내건 화두는 ‘나에게, 우리에게, 세상에 쓸모 있는 기자협회’였다. 지역과 매체, 직역과 정파를 넘어 기자들이 저널리즘의 가치로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 결과는 아쉬웠다. 박종현 세계일보 기자가 2370표, 36.0%로 당선됐고 박록삼 후보는 2077표, 31.6%를 얻었다. 최권일 광주일보 후보가 2131표, 32.4%를 기록해 세 후보의 득표 차가 크지 않은 접전이었다. 언론사를 떠나고 기자협회장 선거에서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는 한겨레신문에 언론 관련 칼럼 등 글쓰기를 놓지 않았다. 또 소설로도 영역을 넓혔다.
2024년에는 소설 ‘조금만 기다려요’로 5·18문학상 신인상 소설 부문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등단했다. 5·18문학상은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문학적으로 계승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하는 작품을 발굴해온 문학상이다. 그해 신인상은 시 부문 도형주의 ‘기역 니은 디귿 리을’, 소설 부문 박록삼의 ‘조금만 기다려요’, 아동문학 부문 이정란의 작품이 선정됐다.
기자로서 사람과 사회를 관찰해온 경험과 소설가의 감수성은 대변인이라는 자리에서도 적지 않은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변인은 단순히 시장이나 시정을 대신해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시민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읽고, 복잡한 정책을 시민의 언어로 풀어내며, 때로는 행정이 놓치고 있는 시민의 목소리를 안으로 전달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박 신임 대변인은 올해 6·3 지방선거에서 박찬대 인천시장 후보 캠프 대변인을 맡았으며, 박 시장 당선 이후에는 인천시장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선거 캠프에서 시작된 역할이 공개모집 절차를 거쳐 시정의 공식 대변인 자리로 이어진 셈이다.
기자의 언어는 사실을 정확히 전달해야 하고, 소설가의 언어는 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을 들여다봐야 한다. 행정의 언어에는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정확하면서도 딱딱하지 않고, 정책을 설명하면서도 그 정책의 영향을 받는 사람을 잊지 않는 언어다.
서울신문 퇴사와 한국기자협회장 선거 낙선이라는 쉽지 않은 시간을 글을 쓰며 건너온 박록삼 대변인에게 문학적 감수성은 어쩌면 뜻밖에 얻은 또 하나의 자산인지 모른다. 그 감수성이 인천시와 언론 사이, 행정과 시민 사이에서 좋은 윤활유가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