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오늘의 시] ‘꿈꾸는 격렬비열도’ 박상건

격렬비열도

망망대해 그 너머
연사흘 흰 거품 물고
칠천만 년 꾹꾹 눌러 둔 고독이
마침내 폭발하더니만, 깊고 깊어 푸른
그 그리움 더 어쩌지 못하고
파도소리 뜨겁게 퍼 올려
등대 불빛을 밝히는
서해 끝 섬

온몸 뒤틀며 태어난 기억
파도소리 홰칠 때마다 귓전에 여전한데
두 눈 껌벅 껌벅 황소처럼 드러누워
또 무슨 꿈을 꾸는가

대륙을 휘달리던 바람 소리를 키질하듯
산둥반도로 가던 장보고의 박동 소리를 풀무질하듯
독수리의 날개 짓으로 이 바다를 휘몰이 하는,
해안선 주상절리로 아로새기고
틈틈이 해국을 피워 흔들면서
다시 비상을 꿈꾸는 섬

멀리서 바라보면
유채꽃 원추리로 노랗게 출렁이고
등대지기 거닐던 동백 후박나무 밀사초 섶길 위로
포물선 그리며 푸른 바다에 수를 놓는
새들도 쉬어가는 삼형제의 섬,
격렬비열도

박상건

(사)섬문화연구소 소장,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독도저널리즘과 취재방법론' 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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