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상담을 한 아버지는 의욕이 넘쳤다. 아버지 생각은 ‘우리 딸은 반드시 아이비리그 대학에 합격해야 한다’였다. 그는 ‘아이가 00대학에 합격하면 좋겠다’는 게 아니라 ‘내 아이는 그 대학에 반드시 합격한다’는 강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필자가 강의를 통해 자주 말하지만 ‘?가고 싶은 대학’과 ‘갈 수 있는 대학’은 분명 다르다. ‘가고 싶은 대학’은 희망사항이고 ‘갈 수 있는 대학’은 현실이다. ?
그런데 많은 학부모들은 ‘가고 싶은 대학’을 ‘갈 수 있는 대학’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대체적으로 ‘가고 싶은 대학’은 상향(Reach)인 경우가 많다. ‘갈 수 있는 대학’은 적정 혹은 안정권 대학이다.?
필자가 위에 언급한 카리스마 넘치는 아버지 자녀는 학교 내신성적이 가중치로 3.4 정도 됐다. 금년에 미국 대학들의 상당수가 SAT/ACT 점수를 내지 않아도 되는 옵셔널 대학이지만 하여간 이 학생이 확보한 ACT 점수는 32점이었다. ?
그런데 이 학생의 아버지가 선택한 대학은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스탠퍼드 △앰허스트 △스와츠모어 △카네기멜론 △피처 △클러어몬트 매케나 △콜게이트 △해밀턴 △옥시덴털 △오버린 등이었다. 더구나 집안 사정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미국 대학에서 재정보조까지 반드시 받아야 하고, 아이는 지난해 대학 지원에서 모두 떨어지고 재수를 하는 상황이었다.?
이 학생은 서울 강남의 모 유학원에서 미국 대학입시 컨설팅을 받고 있었다. 필자에게 ‘미국 대학 학자금 보조’를 받기 위해 상담을 요청한 것이었다. 그러나 재정보조 컨설팅을 할 때는 학생이 어느 대학에 지원할 것인가를 보고 거기에 맞춰 전략을 짜야 하기 때문에 학생이 어느 정도 프로파일을 갖고 있고, 어느 대학을 지원하는가를 파악해야 한다. ?
독자들이 한번 판단해 보면 좋겠다. 이 학생의 프로필 GPA 3.4, 그리고 ACT 32점으로 아버지가 보내고 싶어 하는 위에 열거한 대학에 합격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필자가 보기에 합격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 학부모는 이 가운데 상당수 대학에 합격할 것으로 믿고 있었고, 자녀의 컨설팅을 진행하는 유학원도 여러 대학에 합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아버지가 전했다.?
필자는 이 학생이 합격도 하고, 학자금 보조까지 받아야 한다면, 위에 열거한 대학 가운데 2-3곳을 쓰고 나머지는 모두 새로운 대학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이 아버지는 필자의 충고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 유학원은 아버지가 선택한 대학 가운데 아이가 “적어도 몇 개 대학에 합격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고무돼 있었다.
우리가 살면서 긍정적인 말을 듣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필자는 이 학생이 지원한 대학의 합격 가능성을 계산해 보았다.?
△하버드 0.14% △스탠퍼드 0.37% △스와츠모어 2% △콜게이트 7.91% △옥시덴털 37% △핏처 칼리지 5.16%?
어드미션 계산기로 합격 가능성을 예측했더니 ‘적정’ 및 ‘안정권’ 대학은 하나도 없다. 모두 상향이고 그 가운데서도 ‘높은 상향’이었다. 그런데도 이 아버지는 “우리 아이는 합격한다”고 우기고, 이 아이 입시를 도와주는 학원도 “몇 개는 될 것”이라고 말하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 가정은 재정보조를 받지 않으면 미국 대학에 자녀를 보낼 수 없는 형편이니 미리 계산해본 합격 가능성보다 합격률이 훨씬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필자는 이 학생의 부모뿐 아니라 현실을 도외시한 채 지원 대학을 선택하는 이들을 본다. 물론 상향 대학에 지원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얼마든지 희망대학을 지원하지만 이렇게 높은 곳만 지원하고, 거기에 재정보조까지 요청하면 그 결과는 당초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쁠 수 있다.?
‘꿈은 그 꿈을 꾸는 사람의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 꿈이 꿈이 아닌’ 망상일 경우도 있다. 이 학생이 금년에도 모두 떨어지고 삼수를 할까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