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준비된 후보라더니 헛구호가 아니었군요”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걸음으로 야당에 일일이 찾아간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 중 한 정당의 대표는 “준비된 후보라더니 헛구호가 아니더군요. 다른 사람들을 앞지르는 기세에 놀랐습니다. 그 힘으로 좋은 정치를 펼쳐주실 것을 믿습니다”라고 덕담을 했다. 그 말을 하는 사람, 듣는 사람, 그걸 보는 국민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지어졌고, 기분이 좋아졌다.

요즘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施政)을 보면 경탄의 소리가 나온다. 새 대통령이 눈앞의 이해에 얽매이지 않고, 영원한 장래를 놓고 보아 근본에 힘을 쓰면, 자연 온 국민의 칭송을 받는 위대한 대통령으로 추앙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덕담이 지나쳐 아부로 이어지면 바로 문제가 생기기 십상이다. 2015년 9월, 농축산식품부 장관이 지금은 파면되어 구속되어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강화도에서 그 분이 직접 물 주신 논에서만 벼가 평년작보다 제일 잘되었다”라고 했다.

당시 이 말은 ‘박비어천가’(朴飛御天歌)라고 비난을 샀다. 언론이나 또는 특정 정치인이 대통령을 지나치게 칭찬하거나 그 정권을 옹호하는 논조를 보이면 “‘용비어천가’를 부른다”고 한다. 문재인 후보가 새 대통령에 뽑히자, 여러 인사나 일부 신문방송들이 그동안 퍼부었던 악담과는 다르게 문 대통령에게 지나친 찬양을 하는 조짐이 더러 보인다, 대통령이 잘하면 박수를 보내고 그의 정책이 잘 되라고 마음을 모으면 되지 그 이상은 자제하는 게 좋다. 정치를 잘하는 것은 대통령의 다반사(茶飯事)가 아닌가?

부처님 ‘본생담(本生談)’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왕이 있었다. 그 왕은 입만 열면 그 옆에 있는 신하들은 단 한마디도 말할 시간적인 여유를 주지 않았다. 이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 본 왕의 스승이 ‘어떻게 하면 왕의 저 버릇을 고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이 산책을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지붕위에서 거북이 한마리가 궁전의 뜰로 떨어졌다.

왕이 그것을 보고 그의 스승에게 물었다. “스승님, 하늘에서 거북이 한 마리가 떨어졌습니다. 어떤 연유입니까?” 왕의 스승은 골똘히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자신의 무릎을 탁 쳤다. ‘옳거니. 이 기회가 바로 왕의 버릇을 고쳐주어야 할 때다.’ 지혜로운 스승은 조리 있고 사려 깊게 궁전에 거북이가 떨어진 연유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왕이시여, 이 거북이는 하늘을 나는 백조와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거북이는 늘 하늘을 나는 백조가 부러워서 자신도 하늘을 날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거북이의 간절한 소원을 듣자 백조는 거북이에게 저 높은 히말라야 산까지 데려다 주겠다며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거북이의 입에 막대기를 물린 다음 그 양끝을 두 마리의 백조가 잡고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그런데 기분이 너무 좋았던 거북이는 혼자 무슨 말을 중얼거리다가 그만 입에 물고 있던 막대기를 놓아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거북이는 지상으로 떨어지고 말았지요. 바로 이 거북이가 그 거북이입니다. 왕이시여, 이렇듯이 지나치게 말이 많은 사람은 언젠가 스스로 불행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스승의 말을 들은 왕은 그제야 그 뜻을 알아차리고 지나친 말을 삼가게 되었다고 한다.

“침 뱉은 우물을 다시 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도 있다.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 주고받은 말은 반드시 그 사람에게 되돌아가는 법이다. 좋은 덕담이면 약이 되지만, 헐뜯고 깎아 내리는 악담이면 반드시 독이 되어 내게로 돌아온다는 말이다.

<법구경>(法句經)에 “마음을 다스려 입을 조심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말이 나온다. 대개 말을 잘하는 사람에 대해 별로 신뢰를 하지 않은 경향이 있다. 말에는 우리가 모르는 늪과 가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회장, 전 원불교 청운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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