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6월 미국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제1회 전미주장애인체전에서 한궁은 정식종목으로 이름을 올렸다. 전체 선수 약 400명 가운데 150여명이 출전했다. 참가자가 가장 많은 종목이었다. 장애인 선수뿐 아니라 가족과 65세 이상 시니어가 참여했고, 장애인과 부모가 한 팀을 이루는 패밀리전도 열렸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생활체육이 미국 한인사회에서 가족의 경기로 자리 잡은 것이다. 장애가 있는 자녀와 부모가 같은 종목에 참여하고, 세대가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표적을 향해 핀을 던졌다. 한궁이 국경을 넘어 전한 것은 경기 방식과 함께 운동에 참여할 기회였다.
한궁을 창시한 허광 세계한궁협회 총재가 오는 10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는 제11차 세계한인여성대회에서 제5회 대한민국 세계화 봉사대상 K-전통스포츠 부문 대상을 받는다. 이번에 신설된 부문의 첫 수상자다. 한국에서 시작한 스포츠를 해외에 보급하고, 장애인과 어르신 등으로 참여의 폭을 넓혀온 활동이 평가받았다.
허 총재가 한궁을 만든 것은 2006년이다. 투호와 국궁에서 착안한 운동에 현대적인 장비와 전자 점수 집계 기술을 결합했다. 자석이 달린 핀을 표적에 던지면 점수가 자동으로 집계된다. 오른손과 왼손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경기를 위해 넓은 운동장이나 큰 시설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연령과 신체 조건에 맞춰 참여할 수 있도록 규칙을 나눈 점도 보급의 기반이 됐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어르신과 어린이가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을 지향했다.
미국 보급에는 현지 한인 장애인 체육단체와의 협력이 힘을 보탰다. 재미대한장애인체육회와 대한장애인한궁연맹은 2021년 1월 업무협약을 맺고 미국 내 보급과 대회 개최를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같은 해 12월 대한장애인한궁연맹은 대한장애인체육회 인정단체로 가입했다.
첫 전미주장애인체전에서 많은 선수가 참여한 한궁은 올해 6월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제3회 대회에서도 정식종목으로 치러졌다. 한 차례 소개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대회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보급의 지속성을 보여준다.
인도에서는 한 부부가 그 연결을 이어가고 있다. 콜카타의 프라티캄 쿠마르 로이와 아내 초두리 로이는 지난해 11월 충남 청양의 한궁 본부에서 지도자와 심판 자격을 취득했다. 로이는 인도한궁협회장 임명장도 받았다.
이들이 배운 경기 방식은 다시 인도로 건너갔다. 지난해 12월 서벵골주 뉴 디가에서 열린 심판 세미나에서는 신임 심판 19명이 배출됐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인도에서 활동하는 한궁 심판은 모두 21명으로 늘었다. 장비를 전달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지에서 경기를 운영할 사람을 키운 것이다.
지난 7월에는 한문화재단과 세계한궁협회가 추진하는 ‘글로벌 한궁 케어 프로그램’을 통해 경기용 장비 5대가 인도한궁협회에 전달됐다. 오는 12월 6일 콜카타에서는 국제한궁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지도자 교육과 심판 양성, 장비 지원이 대회 개최로 이어지고 있다.
허 총재는 인도 교육생들과의 영상통화에서 허황옥과 김수로왕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의 성씨와 인도의 인연을 한궁 보급에 연결한 말이었다. 오래된 이야기가 오늘의 교류를 시작하는 대화가 됐다. 앞으로 그 인연을 이어갈 사람들은 현지에서 배운 지도자와 심판,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이다.
일본에서도 장애인 체육을 중심으로 한궁이 보급됐다. 2019년 일본 장애인 전국대회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됐다. 현지 체육 관계자들이 한국에 와서 한궁을 배운 뒤 일본으로 돌아가 보급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한궁의 경기 방식이 다른 나라의 체육 현장에서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국제 보급에는 종목의 이름을 알리는 일과 함께 배운 것을 현지에서 이어갈 사람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장애인 체육단체와 가족들이, 인도에서는 지도자와 심판들이, 일본에서는 장애인 체육 관계자들이 그 역할을 맡았다. 허 총재의 활동도 이들과 협력하며 이어졌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세계한궁협회와 세계한인여성협회, 세계한인문화교류협회가 업무협약을 맺는다. 세계한궁협회는 경기·체험 프로그램과 교육을 맡고, 세계한인여성협회는 국내외 한인 여성과 재외동포 네트워크를 통해 참여를 넓힌다. 세계한인문화교류협회는 문화교류 사업의 기획과 연계 등을 담당한다.
협약의 성과는 이후 각 지역에서 얼마나 꾸준히 교육과 경기가 열리는지에 달려 있다. 미국의 패밀리전처럼 가족이 함께 참여하고, 인도의 심판 교육처럼 현지에서 운영할 사람이 늘어날 때 보급은 일상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다.
허 총재는 한궁을 통해 어르신과 장애인, 여성, 다문화가정 등으로 체육 참여를 넓혀왔다. 어르신들의 운동과 인지 활동에 활용하고, 가족이 함께하는 생활체육의 기회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세계생활체육연맹(TAFISA)으로부터 생활체육 선구자상을 받은 이력도 있다.
한궁의 세계화는 한국에서 만든 종목이 몇 개 나라에 진출했는가라는 숫자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부모와 자녀가 한 팀을 이루고, 인도의 부부가 한국에서 배운 것을 현지에 전하고, 일본의 체육 관계자들이 돌아가 경기를 보급한 과정이 그 내용을 채운다.
이번 수상은 2006년 창시 이후 이어온 그 과정에 대한 평가다. 한국에서 만든 작은 핀과 표적이 국경을 건너 사람들의 운동 시간이 되고 있다. 그 시간을 꾸준히 이어가는 일이 한궁 앞에 놓인 다음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