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육칼럼

[이상기 칼럼] “10년 뒤의 30대는 이미 태어나 있다”…출생아 70만명에서 25만명으로

출생아 감소는 시간이 흐르며 주택 수요의 규모와 구성을 바꾼다. 집값의 향방은 가구 수와 지역별 인구 이동, 주택 공급을 함께 살펴야 한다. AI 생성 이미지.

며칠 전 지인과 통화하다 인구 이야기가 나왔다. 처음에는 건성으로 들었다. 저출생과 인구감소를 출산율, 학교 폐교, 국민연금 걱정 정도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가 연령별 숫자를 짚으며 한 말에 귀가 열렸다. “10년 뒤의 30대를 생각해봐. 그 사람들은 이미 다 태어나 있어.”

통계를 찾아봤다. 1991~1995년 출생아는 해마다 70만명을 넘었다. 올해 만 30~35세를 이루는 세대다. 반면 2001년에는 약 56만명, 2002년에는 약 49만7000명, 2005년에는 약 43만9000명으로 줄었다. 이들이 10년 뒤 30대 초중반을 이룬다. 10년 남짓 사이 출생 규모가 70만명대에서 40만~50만명대로 떨어진 것이다.

최근 출생아 수가 늘어난 것은 반갑다. 2025년 출생아는 25만4341명으로 전년보다 6.7% 증가했다.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증가다. 그러나 1992년 약 73만명과 비교하면 여전히 3분의 1 수준이다. 총인구만 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변화가 세대별 숫자에는 선명하게 나타난다.

통화 중 우리는 ‘경제활동인구’라는 말을 썼지만, 여기서 살펴볼 것은 15~64세 생산연령인구다. 실제 취업자와 구직자를 뜻하는 경제활동인구와는 다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2072년 장래인구추계의 중위 추계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는 2022년 3674만명에서 2032년까지 332만명 줄어든다. 2030년대에는 연평균 50만명씩 감소할 전망이다.

내게는 출산율 ‘0점 몇 명’보다 이 숫자가 직접적으로 다가왔다. 노동과 소비, 세금과 사회보험료 부담을 떠받치는 연령층이 해마다 수십만명씩 줄어든다는 뜻이다. 기업의 인력 확보, 군의 병력 충원, 대학의 신입생 모집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연금과 건강보험을 부담하는 세대와 혜택을 받는 세대의 비율도 달라진다.

지인은 주택시장에도 큰 충격이 올 것이라고 했다. 나도 처음에는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인구감소가 곧 집값 폭락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주택 수요는 인구뿐 아니라 가구 수와 구성에도 좌우된다. 통계청의 2022~2052년 장래가구추계에서는 총가구가 2022년 2166만가구에서 2041년 2437만가구까지 늘어난 뒤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1·2인가구 증가 때문이다.

이 전망이 집값 유지나 상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주택가격에는 공급과 금리, 소득과 일자리도 영향을 준다. 따라서 물어야 할 것은 “집값이 얼마나 떨어질까”만이 아니다. “누가, 어디에서, 어떤 집을 필요로 할까”다. 고령 1인가구가 늘면 필요한 집의 크기와 입지가 달라진다. 수도권과 거점도시로 사람이 몰리면 일부 지역의 수요는 유지될 수 있다. 청년이 떠나는 지방에서는 빈집과 가격 하락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

학교와 대학, 군대와 기업, 도시정책에도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 아이가 한 해 70만명 태어나던 시대의 시설과 제도를 20만명대 시대에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학생과 병력, 노동력이 충분하고 도시가 계속 팽창한다는 전제를 어디까지 바꿔야 하는가.

그날 통화에서 가장 오래 남은 말은 역시 “10년 뒤의 30대는 이미 태어나 있다”였다. 2036년의 30대 규모는 상당 부분 가늠할 수 있다. 출생 이후의 사망과 이주 같은 변수가 있지만, 그 세대를 지금 더 낳을 수는 없다. 인구학자 조영태 교수가 저서 <정해진 미래>에서 제시한 문제의식을 뒤늦게 실감했다.

미래 전체가 결정됐다는 뜻은 아니다. 세대의 규모는 상당 부분 정해져 있어도 대응은 우리의 몫이다. 아이를 낳고 키울 환경을 개선하면서, 이미 줄어든 세대에 맞춰 사회의 구조도 바꿔야 한다. 기술과 생산성을 높이고, 외국인 노동자의 정착을 준비하며, 교육·국방·연금·의료·주택정책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미래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미 과거에 태어나 있었다. 한 해 70만명, 40만~50만명, 20만명대의 아이들이 차례로 학교와 군대, 직장과 주택시장으로 들어온다. 그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내가 더 걱정하는 것은 사람이 줄어드는 속도를 우리 사회의 변화가 따라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제도와 정책의 조정은 줄어드는 세대의 규모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가. 숫자는 미래를 먼저 보여주고 있다. 이제 우리가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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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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