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의 시대가 온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아시아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신흥 시장, 관광지, 또는 한국으로 노동자가 오는 곳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이 책을 소개할 때 이 질문부터 던지고 싶다.
우리도 아시아에 속해 있으면서 오랫동안 서구의 눈으로 아시아를 봤다. 이제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른다고 말한다면, 우리 스스로 아시아를 어떻게 볼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아시아에는 서로 다른 문명과 전통이 있다. 그것을 하나로 통일하려 해서는 안 된다.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것, 거기서 이 책이 말하는 연결과 연대가 시작된다.
저자 이상기는 1부에서 왜 지금 다시 아시아를 봐야 하는지 묻는다. 2부 ‘아시아는 어디인가’에서는 아시아를 단순히 지도의 동쪽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아시아는 대륙과 대륙을 잇고,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이 만나 온 곳이다. 3부에서는 아시아의 문화와 정체성을 다루며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공존할지 살핀다.
4부부터 8부까지는 서아시아에서 시작해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를 지나 동아시아로 온다. 한국에서 먼 지역부터 가까운 지역으로 이동하는 구성이다. 각 나라를 소개할 때는 지리와 역사, 정치와 사회, 문화와 정체성을 살피고 현재의 과제와 앞으로의 선택을 짚는다. 분량은 길지 않다. 여행을 가거나 사업을 위해 어느 나라를 알아야 할 때도, 흩어진 정보에 앞서 그 나라를 이해할 핵심이 무엇인지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아시아를 분쟁 지역으로만 보면 그곳이 문명들이 교차해 온 땅이라는 사실을 놓친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옛 소련의 해체 이후 국가들이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읽게 된다. 러시아인가, 중국인가, 미국인가 하는 물음 앞에서 내가 특히 마음에 담은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누구 편인가”보다 “우리는 누구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 것. 한국에도 필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남아시아를 읽으면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의 분단 경험과 지금까지 이어지는 긴장이 나온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외부에 의해 그어진 국경과 서로 다른 민족·종교를 품은 나라들의 과제를 살핀다. 동아시아에 이르면 빠른 경제성장과 함께 아직 남아 있는 분단과 냉전의 문제를 만나게 된다. 내가 첫 원고를 읽으며 느낀 흥미도 여기에 있었다. 각 나라의 역사에는 선택이 있었고, 그 선택 뒤에는 성공만큼 실패도 남아 있었다.
9부 ‘비욘드 아시아’는 아시아가 세계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 묻는다. 아시아의 영향력이 커진다고 해서 다른 지역을 지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도 서로 존중하고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10부에서는 시선을 한국으로 돌린다. 한국은 아시아를 K콘텐츠와 상품을 팔 곳, 노동자를 데려오는 곳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저자는 한국이 선진국을 따라가는 ‘추격 국가’를 지나, 다른 나라와 성공과 실패를 함께 나누는 ‘연결 국가’로 가야 한다고 썼다. 내가 이 책에서 특히 좋게 읽은 대목이다.
마지막 11부는 함께 가기 위한 언론의 역할을 이야기한다. 감염병이나 마약 등 국경을 넘는 범죄처럼 한 나라만의 힘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서로를 알기 위해서는 만나야 한다. 저자는 아시아기자협회에서 시작한 기자들의 연결을 더 넓혀 갈 공간으로 아시아프레스센터를 이야기한다.
출판 과정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추천글이었다. 많은 분이 글을 보내주셔서 처음에는 어떻게 책에 담을지 고민했다. 그런데 읽을수록 단순한 책 추천이 아니었다. 사업가와 학자, 예술가와 영화감독, 언론인과 공직자들이 각자의 경험으로 아시아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저자에게 이 글들을 함께 싣자고 했다.
추천글을 읽으며 이들은 이미 아시아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느꼈다. 문제는 그 시대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다. 나는 이 책이 그 물음을 다루고 있어 더욱 뜻깊다고 생각한다.
이준익 감독의 글이 기억난다. 그는 역사 영화를 만들면서 서구의 시선으로 보던 아시아에서 벗어나, 주체로서의 아시아에 눈을 뜨게 됐다고 했다. 민병돈 장군은 한국인으로 살아왔지만 자신도 아시아인이라는 생각을 글에 담았다. 아시아를 다시 보자는 물음이 직업과 세대를 달리하는 사람들에게도 닿아 있었다.
책에는 아시아 여러 나라 기자들에게 2026~27년 과제와 대안을 물은 설문도 들어갔다. 답을 살피며 확인한 것은 우리가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서로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각 나라에 대한 저자의 글과 함께 현지 사람들의 목소리가 필요했다.
저자가 책을 준비하면서 내게 주문한 것은 단 하나였다. “진실과 진심을 담자.” 나도 그 말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다. 첫 독자로서 나라별 이야기에 빠져 읽었고, 출판인으로서 그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그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할 일을 찾자는 것. 내가 읽은 <왜 다시 아시아인가?>의 중심은 연결과 연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