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희가 걸어온 길…10년 전 “한궁을 돕겠다”던 약속 묵묵히 실천

530편의 기록, 전국 14개 시·군 협회, 그리고 AI 치매예방까지…한 사람의 약속이 생활스포츠 한궁의 20년과 만나다
2026년 8월 8일 오후 서울 올림픽파크 아테네홀에서 ‘한궁 탄생 20주년 한궁의 날 기념식 및 한궁AI노인지매예방 라디오 방송국 개국식’이 열렸다. 세계한궁협회가 주최하고 대한한궁협회와 대한장애인한궁연맹 등이 함께한 이날 행사에는 국내외 인사 130여 명이 참석했다.
한궁은 올해로 탄생 20년을 맞았다. 한국의 전통 놀이와 생활스포츠의 요소를 접목해 시작된 한궁은 그동안 전국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이제는 고령화와 치매 예방이라는 사회적 과제, AI 기술과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서 눈길을 끈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배선희 세계한궁협회 이사였다. 그가 한궁과 맺은 인연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10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한 작은 약속이 출발점이었다.
2016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세계생활체육연맹 행사에 참석했던 배 이사는 그곳에서 한궁을 처음 접했다. 귀국을 앞두고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면 미약한 힘이지만 한궁을 돕겠다”고 말했다. 누가 기억해달라고 한 것도 아니었고, 문서로 남긴 약속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그 말을 잊지 않았다.
그 뒤 10년 동안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한궁을 알렸다. 파워블로거였던 그는 무엇보다 ‘기록’을 택했다. 한궁을 주제로 쓴 글만 어느덧 530여 편에 이르렀다. 한 편의 글이 당장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누군가 그 글을 읽고 한궁을 알게 되고, 또 다른 누군가가 한궁을 시작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에서였다.
도서출판 세상만사 발행인으로서도 한궁의 기록을 남기는 데 힘을 보탰다. 한궁 교본과 창시자 자서전 등을 비롯한 관련 서적 출판에도 참여했다. 온라인의 글이 한궁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면, 책은 한궁의 역사와 철학을 종이 위에 남기는 작업이었다.
2018년 경주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페이지의 세상만사 1천만 돌파 기념행사’도 배 이사에게는 각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는 당시 행사의 한 축을 ‘배선희 한궁문화예술제’로 꾸려 한궁과 한국의 문학·예술이 어우러지는 자리를 만들었다.
전국에서 찾아온 파워블로거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상당수가 이 자리에서 한궁을 처음 접했다. 이들은 이후 자신의 블로그와 여러 매체를 통해 한궁을 소개했다. 한 사람의 홍보보다 여러 사람의 진심 어린 기록이 더 멀리 갈 수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배 이사의 활동은 지역으로도 이어졌다. 전북한궁협회의 14개 시·군 협회를 조직하고 한궁을 생활체육으로 뿌리내리게 하는 과정에도 힘을 보탰다. 그 과정에는 한궁 창시자인 허광 회장과의 오랜 인연도 있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손을 잡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의 손을 잡으며 한궁의 길은 전국으로 넓어졌다.
돌이켜보면 한궁의 20년은 제도와 조직만으로 만들어진 역사가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힘을 보탠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이 모여 오늘에 이르렀다. 배선희 이사의 지난 10년도 그 흐름의 한 부분이다.
그가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에서 특히 눈에 들어오는 대목은 화려한 성과가 아니다. “10년 전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고백이다.
세상에는 거창한 약속이 많다. 그러나 오래 남는 것은 말의 크기가 아니라 그것을 지켜낸 시간이다. 아무도 확인하지 않는 약속, 잊어버려도 탓할 사람이 없는 약속을 스스로 기억하고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결국 공동체의 역사를 만든다.
한궁은 이제 스무 살이 됐다. 지난 20년이 한국의 생활스포츠로 뿌리내리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20년은 세계와 만나고 고령화 사회의 과제에 답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이날 문을 연 ‘한궁AI노인지매예방 라디오 방송국’도 그런 새로운 시도 가운데 하나다.
초고령사회에서 치매 예방은 더 이상 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궁이 생활스포츠의 장점을 AI 기술과 접목해 노년의 건강과 치매 예방이라는 과제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배 이사는 10년 전 자신이 “한궁을 돕겠다”고 말했을 때 오늘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지금 만나는 사람에게 진심을 다하고, 한 번 맺은 인연을 오래 이어가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그는 세계한궁협회 이사와 함께 국제노인치매예방한궁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한궁 탄생 20주년을 바라보며 다시 생각하게 된다. 역사는 거대한 계획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고, 작은 약속 하나가 세월을 견딜 때 비로소 하나의 길이 된다.
배선희 이사가 걸어온 지난 10년이 그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한궁의 다음 20년도 결국 그런 사람들의 손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