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뉴스를 읽고, 고르고, 요약하는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독자와 언론사 사이에 포털과 유튜브를 넘어 생성형 AI가 새로운 중개자로 등장하면서 뉴스의 편집권과 주권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연합뉴스 이우탁 선임기자와 MBC 김경태 공영미디어연구소장은 신간 『AI시대, 나쁜뉴스 몰아내기-뉴스공급자협회와 굿저널리즘 연대』에서 공영언론과 양질의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언론사가 함께 참여하는 ‘뉴스공급자협회’ 설립을 제안한다. 이우탁 기자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책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편집자주>
굿저널리즘 연대와 공영언론의 PSM 역할 재정립 강조
한국 언론이 지난 25년간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 구조에 종속됐던 경험을 인공지능 시대에는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은 책이 나왔다.
지난 30여년간 공영언론인 연합뉴스와 MBC에서 일해온 이우탁·김경태 두 기자는 신간 『AI시대, 나쁜뉴스 몰아내기-뉴스공급자협회와 굿저널리즘 연대』(틔움)에서 공익저널리즘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언론 연대, 가칭 ‘뉴스공급자협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한다.
연합뉴스 이우탁 선임기자와 김경태 MBC 공영미디어연구소장는 2024~2025년 관훈클럽 총무와 감사로 호흡을 맞추며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 구조에 종속됐던 한국 저널리즘의 안타까운 현실을 극복할 대안을 모색해 왔다.
저자들은 뉴스공급자협회를 통해 포털과 유튜브, 생성형 AI를 상대로 언론이 잃어버린 편집권을 되찾고 뉴스의 주권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우선 2000년 이후 한국 언론이 10년 단위로 새로운 기술 플랫폼에 종속돼 왔다고 진단한다.
2002년 PC 기반의 포털이 뉴스 유통을 장악했고, 10년 뒤인 2012년 본격화한 모바일 시대에는 언론이 포털과 유튜브에 더욱 깊이 종속됐다. 다시 10년 뒤인 2022년에는 생성형 AI라는 전대미문의 변화 앞에서 언론 전체가 ‘포획’될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이 같은 포획은 단순한 유통 구조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언론의 존재 기반 자체를 흔드는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저자들은 우려한다.
AI에 언론이 포획되면 독자와 시청자가 이른바 ‘공중납치’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기사를 읽고 보는 주체가 더 이상 독자나 시청자가 아니라 AI 봇이 되기 때문이다.
AI가 언론사 한두 곳을 선별해 기사를 취합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답변을 생성하면 시민들은 그 결과를 통해 세상을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어떤 언론이 선택됐는지, 어떤 기사가 제외됐는지, 어떤 기준으로 내용이 재구성됐는지는 알기 어렵다.
알고리즘이 선별과 취합, 생성의 전 과정을 수행하는 만큼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질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다.
저자들은 이를 민주주의의 위기로 바라본다. 미국 캘리포니아나 중국 광둥에 본사를 둔 빅테크 기업의 AI 알고리즘이 한국 사회의 공론장을 지배하고, 게이트키퍼이자 여론 형성자의 역할까지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의 기사가 AI 학습과 답변 생성에 활용되면서도 정작 언론사는 독자와의 접점을 잃고, 뉴스 생산의 대가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생성형 AI가 몰고 오는 변화를 위기인 동시에 기회로 본다. AI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최신 정보가 필요하다. 언론이 정확하고 검증된 뉴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면, 생성형 AI 시대를 오히려 굿저널리즘이 다시 일어서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 기회의 출발점이 언론사들의 연대다. 저자들이 제안하는 뉴스공급자협회는 연합뉴스와 MBC, KBS로 대표되는 공영언론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와 AI 시대에 공영언론에 새롭게 요구되는 공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이는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공영언론의 역할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뉴스공급자협회가 공영언론만의 폐쇄적인 조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굿저널리즘을 추구하는 모든 언론사가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영언론을 중심으로 한 공공서비스미디어, 즉 PSM은 공공 데이터와 공공 알고리즘, 공공 플랫폼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뉴스 유통 질서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제안한다.
공공 데이터는 신뢰할 수 있는 뉴스와 정보를 축적하는 기반이고, 공공 알고리즘은 뉴스의 선별과 추천 과정을 투명하게 만드는 장치다. 공공 플랫폼은 시민이 포털이나 글로벌 빅테크에만 의존하지 않고 공익적 뉴스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유통 기반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BBC와 AP 등 13개국 37개 언론사와 단체는 ‘뉴스를 위한 NATO’로 불리는 SPUR 연합을 구축해 AI 빅테크 기업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 SPUR는 출판물과 뉴스 콘텐츠의 이용 권리 기준을 세우고, AI 기업들이 언론사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공동 원칙을 마련하고 있다.
저자들은 한국 언론도 국내 연대를 넘어 아시아 언론과 협력하고, 나아가 유럽의 SPUR 연합과 손잡는 글로벌 연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AI 시대에는 개별 언론사가 거대 플랫폼이나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협상하기 어렵다. 뉴스 이용 기준과 저작권, 보상 체계, 데이터 제공 원칙을 공동으로 정하고 대응해야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디지털 시대 개막 이후 한국 언론이 저질러온 잘못과 실수를 구조적인 차원에서 되짚는다. 속보 경쟁과 클릭 수 중심의 기사 생산, 포털 의존, 선정적 제목, 비슷한 기사 반복 생산, 독자 신뢰 하락이 개별 언론사나 기자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 저자들의 시각이다.
뉴스 생산과 유통 구조 전체가 포털과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언론도 그 구조에 맞춰 움직여 왔고, 그 결과 잘못된 관행이 오랫동안 쌓였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를 언론이 청산해야 할 ‘적폐’가 아니라, 오랜 기간 누적된 잘못이라는 뜻의 ‘적폐(積幣)’로 표현한다.
책은 과거의 잘못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 환경 속에서 한국 언론이 굿저널리즘과 제대로 된 공론장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한다. 핵심은 뉴스의 생산과 유통, 보상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언론사는 더 이상 포털에 기사를 제공하고 조회 수를 기다리는 수동적 공급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자신들이 생산한 뉴스의 가치와 이용 조건을 스스로 정하고, AI 기업과 플랫폼을 상대로 공동 협상에 나서야 한다.
저자들은 언론의 위기가 기술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신뢰를 잃은 언론, 공익보다 클릭을 앞세운 언론, 서로 경쟁하느라 공동 대응에 실패한 언론 내부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AI 시대의 뉴스주권 회복은 기술 대응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언론 스스로 저널리즘의 품질과 신뢰를 높이고, 공익적 뉴스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AI시대, 나쁜뉴스 몰아내기』는 생성형 AI가 언론을 대체할 것인가라는 질문보다, 언론이 AI 시대에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가를 묻는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답은 분명하다. 언론이 흩어져 각자 살아남으려 해서는 뉴스주권을 지키기 어렵다. 공영언론과 민간언론, 국내 언론과 해외 언론이 연대해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생태계를 만들고, 플랫폼과 AI 기업을 상대로 공동의 원칙과 기준을 세워야 한다.
생성형 AI가 몰고 오는 변화는 거대한 쓰나미와 같다. 그러나 신뢰할 수 있는 뉴스가 필요한 한 저널리즘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언론이 그 기회를 붙잡을 준비가 돼 있느냐는 것이다. 이 책은 AI 시대를 맞은 한국 언론에 더 이상 테크 기업에 종속되는 과거를 반복하지 말고, 스스로 뉴스의 주권과 편집권을 되찾으라고 촉구한다. 저자들은 그 출발점으로 뉴스공급자협회와 굿저널리즘 연대를 제안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