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지방자치 30년 여성 광역단체장 0명…제도와 정당, 책임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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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한국 정치에서 여성 대표성의 현주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방자치 부활 이후 30년 동안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여성 단체장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지방선거는 여덟 차례 치러졌고 기초단체장과 교육감 선거에서는 여성 당선자가 꾸준히 나왔지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단 한 번도 벽을 넘지 못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보고서 <광역단체장선거에 나타난 여성정치인의 도전과 진입장벽 개선방안>에 따르면 유권자 5명 가운데 4명은 여성 광역단체장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여성 광역단체장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남녀 인식 차이가 뚜렷했다.

남성은 준비된 여성 정치인 부족과 경험 부족을 이유로 꼽았고, 여성은 정치권 내 성별 불균형, 불투명한 공천 구조, 정당의 제도적 지원 부족 등 구조적 문제를 더 많이 지적했다. 남녀 모두 공통적으로 공천 과정의 투명성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지방선거 역사에서도 여성 광역단체장 도전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김옥선, 황산성 후보가 출마한 것이 첫 사례였다. 이후 1998년과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여성 후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강금실 후보가 서울시장에 도전했고, 울산에서는 노옥희 후보가 출마했다. 강 후보는 27%를 얻었지만 큰 격차로 패했고, 노 후보는 25%를 얻으며 선전했지만 당선에는 실패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한명숙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46.8%를 얻으며 오세훈 후보와 0.6% 차이까지 좁혀 여성 광역단체장 탄생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이후 선거에서는 여성 후보 자체가 줄어들기도 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여성 광역단체장 후보가 단 한 명뿐이었고, 정당 공천 후보는 없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여성 후보가 6명이었지만 전체 출마자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는 여성 후보가 10명으로 늘었지만 당선자는 나오지 않았다.

가장 근접했던 사례는 경기지사 선거였다.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는 48.9%를 얻어 김동연 후보에게 0.15% 차이로 패했다. 여성 광역단체장 후보 가운데 가장 적은 격차였다. 경북지사 선거에서 임미애 후보는 22%를 얻으며 선전했고, 전북에서는 조배숙 후보가 17.9%를 얻었다. 그러나 지역 기반과 공천 구조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제9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 후보들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로 전현희, 나경원, 윤희숙, 김진애 등이 언급되고 있고, 경기지사 후보로 추미애 의원이 거론된다.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1995년 이후 지금까지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여성 후보는 모두 26명으로 전체 후보 451명의 5.8%에 불과하다. 30년 동안 여성 광역단체장이 한 명도 나오지 않은 현실은 개인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구조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 여성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아직 남아 있는 과제를 돌아보는 날이기도 하다. 제9회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여성 광역단체장이 탄생할 수 있을지, 한국 정치의 대표성 문제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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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혁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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