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누구를 위한 적대감이란 말인가

일본의 태풍피해에 대해 일부 한국 네티즌들이 냉소와 조롱 섞인 댓글을 달았다.

“아침부터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기사”, “지진, 화산도 분발하길”, “다 휩쓸어버려”. 일본에 태풍이 강타했다는 기사에 대한 한국 네티즌들의 댓글이다. 일본을 강타한 태풍으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으며, 170여 명이 다치는 등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의 재해를 보면서 조롱이 담긴 댓글 수백개를 달았고, 이중 인기 1~3위를 차지한 댓글들이 이랬다. 한국의 인터넷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동시에 극단적으로 단 한 가지의 견해에 빠진 국민성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지속적인 한?일 독도 영유권 문제로 양국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일본 정치인과 극우단체는 태극기를 짓밟고 건곤감리를 바퀴벌레로 표현하는 등 한국을 비하하며 독도를 자신들의 영토라고 우기고 있다.

일본의 재해를 보면서 한국인 모두가 조롱을 표하지 않은 것처럼, 일본 시민 전체가 우익들의 주장에 동조한 것은 아니다. 일본의 무고한 시민들이 비난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많은 한국 네티즌들이 민족성을 앞세워 일본제품 사용금지?방사능 오염지역인 일본 여행금지 등 반일행동을 취하고 있다. 이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단편적으로만 판단하는 행위라서 사뭇 부끄러운 일이다.

일본이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도 영토 분쟁을 조장하는 것은 중의원 선거를 앞둔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 일본 정부 및 여야의 국내용 ‘선거전략’이라는 분석이 있다. 한국의 일부 네티즌들은 일본의 현 정치권 농간에 놀아나고 있는 셈이다.

필리핀에서 만난 일본 친구들은 독도를 아예 모르거나 알아도 영유권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게다가 한반도 침략, 간도대학살, 위안부 등 자신들의 조상들이 범한 일에 대해 미안하고 송구스럽다고 표현하며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지 않는 이유를 당최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본인 친구는 그러나 “반일 한국인들의 민족주의가 너무 과하고 극단적이며, 현재는 한국에 여행을 가기도 무섭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의 일부 중고등학교들이 한국행 수학여행 계획을 세웠다가 취소하는 상황이 잇따라 발생하는 등 이미 일본 사람 다수에게 한국은 두려움의 땅이 돼 가고 있다.

한일관계 뿐 아니라 지구촌 도처에서 국가가 자국민들을 흥분시켜 집권자의 욕심을 채우면서 다른 나라 국민들과 적대하도록 유도하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국민들이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면, 지배집단의 꼼수가 잘 보인다. 지배집단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을 때 지구촌 평화와 각국의 민주주의 또한 함께 성숙해 나갈 것이다.

필리핀 마닐라=윤희락 통신원 ?bono2ma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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