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석의 뉴스돋보기] 난민 냉대한 한국, ‘인권위’ 진정 당해
[경향신문] “70여일간 한국이 준 음식은 세 끼 모두 치킨버거”
2004년 개봉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터미널>에서 주인공 톰 행크스는 미국 뉴욕 JFK 공항에서 9개월을 갇혀 지낸다.?(중략)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일이 실제 일어났다. 에티오피아 소수민족인 오로모족 출신의 ㄱ씨(32)는 2010년 6월 고국을 탈출했다.
정부군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서 고문까지 당한 그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케냐로 탈출한 ㄱ씨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그는 ‘국제난민협약국인 한국에 난민신청을 하면 살 길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그는 여권 브로커에게 위조여권을 구한 뒤 지난해 5월14일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새 삶을 살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ㄱ씨는 공항 입국심사대에서 난민신청 의사를 밝혔다.?하지만 그는 난민심사도 받지 못한 채 곧바로 입국불허자들을 모아놓는 공항 내 출국대기실로 넘겨졌다.?(하략)
*ㄱ씨는 결국 고국을 떠나 1년9개월 동안 4개국을 전전한 끝에 최종 귀착지인 뉴질랜드에 안착했다고 합니다.
난민지위를 원했던 그에 대한 우리나라의 냉대는 그가 한국을 떠나 7개월여를 머물렀던 태국 인권단체에 의해 한국 인권위에 진정을 하면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의 인권에 대한 배려가 외국의 시민단체보다 낮은 수준이라면 문제가 있습니다.?우리나라는 헌법에 따르면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이어 받아 건국을 한 나라입니다.
‘정치적 난민’이었던 독립운동가들이 일본제국과 맞서 싸워 세워진 나라라면 다른 나라의 난민에게도 좀 더 살갑게 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법무부는 “ㄱ씨에게 에티오피아로 돌아가라고 권유한 적이 없다”며 “그에게 추가로 받은 난민 신청서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는 또 “ㄱ씨가 진술서에 에티오피아로 돌아가겠다고 밝힌 이상 그를 송환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ㄱ씨의 진정에 따라 항공사와 법무부 관계자를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조만간 조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인권위가 이 사건의 전말을 꼭 밝혀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난민이나 밀입국자라도 세 끼를 햄버거만 주는 것은 좀 심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