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주도할 미디어 혁명은?
ABU(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 서울총회…‘변화와 혁신을 넘어’
12월 31일 새벽 4시.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은 사명을 다하고 전국민이 선명한 고화질의 디지털 방송을 시청하는 시대가 온다. 본격적인 디지털 방송 시대를 앞두고 오는 10월 서울에서는 세계 미디어의 미래를 앞서 내다보고 공동과제를 설정하는 국제 미디어 행사가 열린다. 올해로 49번째 열리는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의 서울총회가 그것이다. ‘변화와 혁신을 넘어(Beyond the Wave)’라는 주제로 10월 11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여의도 63 컨벤션센터와 KBS에서 열리는 이번 총회에는 전세계 60여 개 나라의 220개 회원사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지역 유수의 방송사와 구글 등 IT업체 대표가 참여한다.
세계는 지금 방송통신의 융합과 소셜 미디어의 급성장, 스마트 모바일 기기의 폭발적인 보급으로 미디어 분야 뿐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급속한 변화의 물결을 맞고 있다. 새롭고 유익하고 유쾌한 경험과 지식이 담긴 콘텐츠를 누구나 직접 만들 수 있고, 다른 이들과 좀 더 편리하게 공유할 수 있는 시대이다. 그러나 이 같은 미디어의 변화는 지상파 TV에게 위기일 수도 있다. 그래서 변화를 앞서 예측하고, 변화의 거센 물길을 사회 발전을 위한 창의적인 물길로 이끌어 내고 사회와 소통하는 일은 미디어에 던져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이번 총회의 대주제인 ‘Beyond the Wave’에는 미디어 생태계를 휩쓸고 있는 변화의 물결을 넘어 한 차원 더 높은 미디어의 혁신을 주도한다는 원대한 포부가 담겨있다.
그러면서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방송 현실을 무시하고 앞만 내다볼 수는 없다. ABU는 세계 3대 국제방송기구의 하나로 동서로는 터키~사모아, 남북으로 러시아~뉴질랜드까지 30억 인구를 수용한다. 시청권역 면에서 세계 최대 규모이다. KBS는 지난해 한국 방송 사상 첫 ABU 회장사로 당선된 데 이어 이번 총회를 치르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책임이 무겁다.
총회에 앞서 KBS는 아태 지역 방송 발전을 이끌고 있는 선두 방송사로서 저개발국 회원사를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KBS의 방송기술력과 콘텐츠 제작능력은 세계 어느 방송사와 견주어도 뒤쳐지지 않는다. 지난 2010년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에서는 KBS가 지상파 세계 최초로 스포츠 경기를 3D로 생중계했고, KBS의 명품 다큐멘터리와 예능 포맷은 각종 국제상을 휩쓸고 있다. 이같은 위상 때문에 저개발국 회원사들로부터 접수된 교류와 지원 요청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에, KBS는 지난해 캄보디아 국영방송에 중계차를 제공하고 현장중계 기술을 전수했고, 방송과 제작 기법을 공유하기 위해 저개발국 회원사에 지속적으로 역량있는 프로듀서와 기술진을 파견하고 있다. 또 ABU 회장사로서, 예산 문제로 올림픽 경기의 중계권을 포기해온 회원사를 대표해 ABU 차원에서 공동협상을 벌였다. 그 결과 당장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30개국 40개 기관이 혜택을 누린다.
이 같은 지역적·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이번 총회는 미래의 변화를 주도한다는 뜻을 펼치는 동시에 상생의 길을 얘기한다. 여성, 청소년 문제 등 전 지구적인 과제를 방송의 힘으로 풀어내기 위한 국제 공동제작 분야, 시청자의 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스포츠중계 분야, 기술협력 사업 등 방송분야별로 주요현안을 논의한다. 특히, 이번 서울총회에서는 가난한 아시아 방송사들이 비용 부담없이 클라우드-컴퓨터 네트워크에 초고속으로 접속해 그들의 콘텐츠를 세계 곳곳에 전송, 보급, 판매,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인 ‘아시아-퍼시픽 뷰(Asia-Pacific View)’ 사업이 미래 새 사업으로 공식 출범한다.
일반에 공개되는 특별 세션과 포럼도 야심차게 준비했다. 디지털 혁명 시대를 맞아 세계 미디어계 명사들과 혁신적인 영감을 공유하는 ‘슈퍼 패널 세션’을 비롯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와 유네스코(UNESCO), ABU, KBS가 공동으로 준비한 ‘여성 미디어 포럼’이 열린다.
한국은 또 드라마에 이은 K-POP 열풍으로 세계 대중문화 콘텐츠의 판도를 뒤바꾸고 있고, 방송망 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한국의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세계에 제공하고 있다. 이번 서울총회가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이다. 또, 이번 총회는 아태지역 방송과 문화 교류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고 한국의 문화와 가치를 전파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별 문화 행사로, 중국과 싱가포르, 태국, 호주 등 10개 나라 아마추어 가수들이 순수 창작곡으로 경연을 펼치는 <제1회 ABU 라디오 송 페스티벌>과 아시아 12개 나라 최정상급 가수들이 하모니를 이루는 <TV 송 페스티벌>이 열린다.
‘Beyond’가 가지는 ‘도약’, ‘극복’, ‘탁월’이라는 의미는 특별 세션 각각의 차별화된 주제들과 어우러져 변화의 지향점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또 아시아태평양의 콘텐츠를 스마트하게 전파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상생을 실천하는 글로벌 미디어의 리더로 새롭게 도약하는 동기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