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전 국회의원의 ‘미생물 삼국지’…좋은놈, 나쁜놈, 눈치꾼
실상사 ‘문명전환·정치전환과 4.10 총선’ 연찬회 참가기
1박 2일, 지리산 실상사를 다녀왔다. 너덧번 째, 실사구시형 토론이라 할 연찬에 참가한 바 있다. 이번 연찬 주제는 ‘문명전환·정치전환과 4.10 총선’이었다. 주제가 주제인만큼 제3권력, 시대전환, 한국의 희망, 전북지역당을 비롯한 소수당이나 신생당 사람들도 참가했다. 4명의 발제자가 새로운 정치를 꿈꾸는 다양한 견해와 접근을 토해냈다.
가장 공감을 일으킨 대목은 역시 피로한 87체제, 거기에 기생한 86그룹, 양당구도의 파괴적 해체였다. 제3권력을 표방한 쪽은 특히 발제문의 부제가 86그룹 정치인의 퇴출에 초점을 맞출 정도였다. 시선을 여전히 복지·분배 강조의 왼쪽 가치에 맞추되 시장의 기능을 인식하고 ‘타협을 겁내지 않는 정치’를 강조해 눈길이었다.
시대전환 역시 낡고 피로한 양당구도의 혁파를 강조하며 4년전 창당 작업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를 반추했다. 전북지역당의 주도자는 발제를 통해 지역정당의 가능성과 추진 방향, 빛과 그림자를 요령있게 전했다.
내가 주목한 것은 생명의 정치를 주제로 발제한 지리산 정치학교측 주요섭 박사의 ‘생명의 정치’ 발제였다. 그는 다양한 프리즘으로 존재하는 생명정치의 양태와 실천 방향 등을 먼저 소개했다. 그리고 지금 무엇을 어떻게 구현해 나가야할 지도 희미하게 가닥을 잡아 활화두로 던졌다.
올 늦가을에 새로운 생명의 정치가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이정표를 세우는 기획을 준비할 거란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만날 때, 생명정치는 비로소 생명의 불꽃을 피울 수 있다는 걸까? 마치 130년 전, 전라도 고부에서 열린 축제와 같았던 집회가 요원의 들불같이 번졌던 동학혁명의 불씨였듯이 말이다.
한국의희망쪽은 발제는 하지 않았지만 연찬 발언 때 핵심 화두인 “이제는 건너가자!”를 새로운 정치의 강조 포인트로 꺼냈다. 그건 좋았지만, 무엇을 어떻게를 알려야 할 귀중한 시간에 <아Q정전>을 쓴 루신의 소설과 메이지 유신의 산파역으로 사상가·교육자였던 요시다 쇼인만 언급하다 말아 아쉬움을 남겼다.
<논어> 공부로 일가를 이룬 인문운동가 이남곡 선생은 들어가는 말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의 태동·성장·도약을 위해 3가지를 주문했다. “첫째, 실사구시형 토론-나는 이것을 연찬이라고 부르지만-문화가 필요하다. 흔히 구동존이라고 하지만 신흥세력이 힘을 합치려면 다름을 배척하지 않고 존중하는 존이가 더 급선무이니 존이구동의 자세, 끝으로 공자가 강조한 선사후득, 일이 먼저고 자리는 나중이라는 생각을 깊이 해야…”
여류 이병철 형은 양당구도의 혁파도 해야겠지만 기후위기·인류멸절의 대파국을 감지해 문명전환·정치전환을 하자는 생명정치의 근본을 잊지 말자고 역설했다. 그는 늘 ‘시대정신(Zeit Geist)’인 문명전환의 본질이자 전략에 해당하는 생명정치의 근본을 잊어버리지 말자고 당부한다.
연찬 후 여류 이병철, 강기갑 형과 동숙한 수보리실에서 깨어나 실상사를 힐링하듯 산책했다. 경내 보물로 지정된 두개의 3층석탑을 보수하는 듯 가림막이 2배 6층 높이로 쳐져있다. 왜 3층을 수리하는데, 4층도 아닌, 두배 높이가 필요할까? 낡은 것, 병든 것을 고치려면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준비나 에너지의, 두배 세배가 필요하다는 뜻이리라!
공양간에서 강기갑형과 밥술을 뜨면서 ‘미생물 3국지’를 흥미롭게 들었다. 우리 몸에 있는 미생물은 3가지, 좋은 놈·나쁜 놈·눈치보는 놈으로 나뉜단다. 좋은 놈 25%, 나쁜 놈 15%, 눈치 놈 60%가 있다. 눈치나 보는 기회주의적인 미생물을 해바라기라고도 부른단다. 해바라기 미생물은 눈치를 보다 나쁜 놈이 세가 커지면 바로 거기에 붙는다. 그러면 부패나 오염으로 인체가 병들고 결국 그게 장기화하면 암세포의 온상이 된다.
전세계 100개가 넘는 국가의 250여 학자가 협업을 한 결과라고 한다. 해바라기는 세가 비등하면 가만히 눈치만 보다가 어느 한쪽이 밀리면 억강부약과는 정반대로 행동한다. 득달같이 센 놈에게 붙는다. 우리가 몸에 좋은 신선한 야채나 통곡물 대신 햄버거 핏자, 라면 같은 인스턴트식품과 탄산음료를 많이 먹으면 나쁜 놈들이 세를 불린다. 하지만 건강에 좋은 걸 많이 먹는 쾌식, 충분히 자는 쾌면을 하면 유익한 미생물의 수가 많은 환경이 된다. 그러면 해바라기가 좋은 놈에 가세한다.
눈치꾼들이 유익한 역할을 하게 되는 거다. 그러면 그리 많은 세계적인 생리학자와 생화학자들이 연구를 해 나쁜 균들을 박멸해버리면 되지 않는가?
당근 그런 의문이 든다. 그렇게 못 하는 게 아니란다. 그렇게 나쁜 놈 없는 청정지대를 만들면 좋을 것 같지만, 좋은 놈 일색이면 게을러져서 진화를 멈추고 결국 퇴화한다. 돌연변이로 더 센 나쁜 놈이 출몰하면 감당이 불감당! 말짱 도루묵이라 도로를 하지 않는단다.
강기갑 선생은 미소지으며 말했다. “정치를 할 때는 생판 모르다가 끝내고 나서야, 이런 깨달음을 하다니…” 미생물 세계나 인간 세계나 비슷할지 모른다. 그러니 좋은 놈과 나쁜 놈의 적대적 공생, 그것이 양당구도이리라. 어쩌면 내가 해바라기라고 표현한 눈치장이들, 그것은 표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평범한 국민인지 모른다. 여나 야, 어느 쪽이 좋고 나쁘고가 있을까? 해바라기도 기회주의가 아닐는지 모른다. 붉은 고기가 맛 있다고, 아무 거나 함부로 먹는 인간의 탐욕을 응징하는 심판관이다. 눈치장이로 우리가 착각한 해바라기 미생물이 그렇다.
D-260, 표의 불벼락 심판을 할 민초들도 누가 나쁜 놈인지, 그래서 세를 잃게 만들지 살핀다. 인체와 똑 같은 나라를 해로운 환경으로 몰아가는 놈이 결국 진다. ‘미생물 3국지’의 교훈은 또 있다. 인간의 눈이나 기준으로 정한 좋음과 나쁨의 부질없음이다.
여든 야든 좋은 놈이 나쁜 놈으로 된다. 나빴던 놈에게 해바라기는 붙기도 한다. 그게 자유민주 세상이다. 그러니 죽고살기는 하지 말자! 상생정치를 하자는 말이다. 사람을, 생명을 살리는 정치, 갈등 조장이 아니라 문제해결형 정치를 하자. 시비를 따지기만 하는 정치 말고, 심금을 울리는 정치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