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십일월’ 이재무

허브나라에 다가온 11월

십일월은 의붓자식 같은 달이다.
시월과 십이월 사이에 엉거주춤 껴서
심란하고 어수선한 달이다
난방도 안 들어오고
선뜻 내복 입기도 애매해서
일 년 중 가장 추운 달이다
더러 가다 행사가 있기는 하지만
메인은 시월이나 십이월에 다 빼앗기고
그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허드레 행사나 치르게 되는 달이다
괄호 같은 부록 같은 본문의 각주 같은
산과 강에 깊게 쇄골이 드러나는 달이다
저녁 땅거미 혹은 어스름과 잘 어울리는
십일월을 내 영혼의 별실로 삼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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