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 발명 플라스틱의 역습···토양·해양 오염, 온실가스배출 주범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역사상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은 1973년 오일위기,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침체 등으로 인하여 세차례 줄었다. 지난해 전세계 생산은 2019년 3억6800만톤에서 3억6700만톤으로 0.3% 감소했다. 그러나 IMF 통계에 따르면 플라스틱 분야의 침체는 지난해 전세계 경제 총 3.3% 감소보다 훨씬 적었다. 중국의 플라스틱 생산은 전세계 생산의 3분의1을 차지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폐기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구성은 △포장재 47%, △의류 14%, △소비재·공공재 12%, △운송 6%, △건축 자재 4%, △전기·전자 제품 4%, △기타 13% 등이다. 매년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약 3%가 바다로 유입되며, 2010년 기준 800만톤에 이른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피해를 많이 입는 바다생물은 해양조류(바닷새), 어류, 무척추동물, 포유류(바다표범, 물개, 고래), 파충류(바다거북) 등이다. 또한 선박사고의 10%는 바다에 버러진 어망, 밧줄 등 해양쓰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으며, 인간에게도 해악을 끼치고 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수도권 가정집 5곳과 야외 3곳에서 공기 중에 떠다니는 물질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실외보다 실내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더 나왔다고 밝혔다. 실내에서는 1㎥당 평균 3.02개, 실외에서는 1.96개가 나왔다. 실내 미세플라스틱의 경우 합성섬유 소재 가구 등 생활용품에서 발생하므로 실내 환기를 자주 시켜야 한다.
플라스틱은 열 또는 압력에 의하여 성형할 수 있는 유기물 기반 고분자 물질 및 그 혼합물을 이르는 용어다. 플라스틱의 역사는 독일인 크리스티안 쇤바인 바젤대 교수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합성수지를 원료로 한 최초의 플라스틱은 1907년 미국인 리오 베이클랜드가 발명한 베이클라이트(bakelite)다.
베이클랜드는 페놀과 포름알데히드를 이용해 베이클라이트(열경화성 수지)를 만들었다. 베이클라이트는 천연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만들어진 최초의 합성수지로, 단단하고 절연성이 있으며 부식되지 않았다. 독일의 화학자 헤르만 슈타우딩거는 1922년 플라스틱이 서로 연결된 수천 개의 분자사슬, 즉 고분자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 후 플라스틱은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포장용 비닐봉지, 플라스틱 음료수병, 전선용 피복재료 등 광범위하게 소비되는 플라스틱 폴리에틸렌(polyethylene, PE)은 1933년에 독일의 한스 페치만이 발견했다. 에틸렌을 중합(polymerization)하면 폴리에틸렌이 만들어지는데, 그 밀도에 따라 저밀도 폴리에틸렌과 고밀도 폴리에틸렌으로 나뉜다. 고밀도 폴리에틸렌은 저밀도 폴리에틸렌보다 단단하고 높은 온도에 강해 파이프나 연료탱크 등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된다.
1937년에는 미국 듀퐁사의 월리스 캐러더스가 합성섬유 나일론을 개발했다. 나일론은 ‘거미줄보다 가늘고 강철보다 질긴 기적의 실’로 불렸다. 듀퐁사는 나일론 스타킹을 만들어 첫 판매 당일 미국 전역에서 400만 켤레의 판매고를 올렸다. 방수 및 방풍 기능 덕에 낙하산과 텐트 등 군용 제품과 어망, 로프 등 산업용 제품을 제조하는 데 널리 사용됐다.
20세기 후반부터 고기능성 플라스틱의 개발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어 미국의 앨런 히거와 앨런 맥더미드는 일본의 히데키 시라카와와 함께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을 개발해 2000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노벨화학상은 1901년 노벨상 제정이후 2020년까지 총 112차례 수여돼 186명이 받았다.
전도성 플라스틱은 광학재료나 유기물질을 이용한 전기발광소자(OLED 디스플레이), 접거나 말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가볍고 투명한 태양전지의 제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현대 문명이 만들어낸 혁신적인 제품들, 예를 들면 반도체 소자, LCD(액정표시장치)와 유기EL 디스플레이, 기능성 섬유, 자동차 내장재 등은 플라스틱 없이는 제조할 수 없다.
우리가 매일 청소나 위생 목적으로 사용하는 일회용 물티슈의 대부분이 원자료가 플라스틱류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대다수 물티슈 제품은 플라스틱 계열인 폴리에스테르가 주성분이거나 폴리에스테르가 함유돼 있다. 설문조사에서 물티슈 원재료를 플라스틱류라고 제대로 응답한 사람은 34.9%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43.4%는 펄프(종이), 21.7%는 섬유라고 답했다.
플라스틱 생산이 현재처럼 계속 증가하면 플라스틱 유래 온실가스 배출이 2050년에는 세계 잔여탄소배출허용총량(carbon budget)의 15%에 이른다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산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랍대 연구팀은 “플라스틱 유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5년 1.78기가이산화탄소톤(Gt CO2)에서 2050년에는 6.5Gt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플라스틱은 토양과 해양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범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