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시대 명재상 번암 채제공, 수원으로 돌아온다

22일 오후 ‘번암 채제공 후손 소장유물 기증식’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오른쪽)과 관계자들이 기증유물을 함께 둘러보고 있다. <사진=수원시청>

후손들, 보물 ‘채제공 초상 금관조복본’ 등 수원화성박물관에 기증

정조대왕의 총애를 받으며 수원화성 축성 당시 총리대신으로 활약한 번암(樊巖) 채제공(蔡濟恭, 1720~1799)의 초상화 등 유물 1854점이 수원화성박물관에 기증됐다.

채제공은 정조대왕 시대의 명재상으로, 조선의 중흥을 위한 정조대왕의 개혁정책을 실현하는 중추적 역할을 하며 신임을 한 몸에 받은 인물이다.

그는 특히 수원과 인연이 깊었다. 1793년 초대 화성(수원) 유수로 임명받아 수원으로 이주했으며, 수원화성 축성과 ‘정조대왕능행차’의 모티브가 된 을묘년 원행(1795) 당시에 총리대신으로 행렬을 이끌기도 했다.

조상의 유물을 소중히 보관해 온 채제공의 후손들은 번암 탄생 300주년을 맞아 보물로 지정된 초상화 등 1854점에 달하는 유물의 기증을 추진, 지난해 7월 수원화성박물관에 기증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1년간 유물 조사 및 기증 관련 절차 등을 협의를 진행해 지난 6월 유물의 운송까지 마치고 22일 오후 수원화성박물관에서 기증식을 가졌다.

수원화성박물관이 기증받은 대표적인 유물로는 보물 제1477-2호로 지정된 <채제공 초상 금관조복본(蔡濟恭 肖像 金冠朝服本)>과 보물 제1477-3호인 <채제공 초상 흑단령포본(蔡濟恭 肖像 黑團領袍本)>이 꼽힌다.

금관조복본은 머리에 금관을 쓰고 붉은색 조복(조정에 갈 때 입는 예복) 차림으로 의자에 앉은 전신의좌상(全身椅坐像)으로, 채제공 65세 때의 화려하고 장엄한 모습이 드러난다. 사대부 초상화 중에서도 금관조복본은 매우 희귀하며 전신의좌상으로 그려진 것은 현재 이 초상이 유일하다.

흑단령포본은 오사모에 흑단령포(黑團領袍)를 입고 가볍게 공수(拱手) 자세를 취한 채제공 72세 때의 모습이 그려진 전신의좌상이다. 금관조복본과 함께 담아 보관하던 초상화 보관함과 보자기도 남아 있어 함께 일괄 보물로 지정되었다.

또 회화유물, 채제공 신주와 신주독(神主?)을 포함한 민속유물, 정조가 친히 짓고 글씨를 쓴 번암시문고(樊巖詩文稿) 현판, 채제공의 종조부인 채팽윤(蔡彭胤) 응제시첩(應製詩帖)을 비롯한 고서 유물, 평강채씨 가문 관련 고문서 등도 함께 기증됐다.

수원화성박물관은 기증받은 유물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보존·관리하고, 이를 활용한 학술연구는 물론 향후 특별기획전시 등을 마련해 시민들에게도 공개할 예정이다.

이날 기증식에는 염태영 수원시장과 채제공의 유물을 보관해 온 6대손 채하석씨(61)가 참석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번암 탄생 300주년이 되는 해에 귀한 번암 채제공 후손 소장유물을 기증받게 되어 더욱 뜻깊다”며 “각고의 노력으로 소장해 온 유물을 기증해주신 후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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