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살해 당시 녹음파일 터키 일간지 첫 공개
[아시아엔=편집국] 지난해 10월 2일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아라비아영사관에서 살해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현장녹음 파일이 처음 공개됐다. 터키 정보당국이 녹음한 것으로 알려진 이 파일은 카슈끄지 살해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사우디 정부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터키 일간 <사바흐>는 9월 10일(현지시간) 카슈끄지 살해 당시의 음성녹음 파일을 입수해 공개했다.
음성파일에는 카슈끄지 살해 및 시신 처리 계획을 논의하는 사우디 암살 요원들의 대화와 시신을 절단하는 부검용 톱 소리가 담겼다.
<사바흐>에 따르면 현장 책임자인 마헤르 압둘아지즈 무트렙과 법의학자인 무함마드 알투바이지는 카슈끄지의 영사관 도착 전 시신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무트렙이 “시신을 가방에 넣을 수 있는가”라고 묻자 알투바이지는 “너무 무겁고 커서 안된다. 시신을 절단해 비닐봉지에 싼 후 가방에 넣어 건물 밖으로 가지고 가라”고 했다.
이들을 포함한 사우디 암살 요원들은 당일 오후 1시 14분 카슈끄지가 결혼 관련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영사관에 들어오자 그를 강제로 2층 사무실로 끌고 갔다. 무트렙은 카슈끄지에게 “우리는 당신을 사우디의 리야드로 데려가야 한다. 인터폴에서 명령이 있었다. 우리는 당신을 데려가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카슈끄지는 “나는 소송당한 것이 없다. 약혼녀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리야드행을 거부했다. 이에 무트렙은 자신을 보내 달라는 카슈끄지의 요청을 거부하고 아들에게 메시지를 남길 것을 종용했다.
카슈끄지가 “어떤 말을 남겨야 하는가”라고 묻자 무트렙은 “‘나는 이스탄불에 있다. 연락이 안 되더라도 걱정하지 마라’ 같은 메시지를 남기라”고 했다.
카슈끄지는 “어떻게 영사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아무 것도 쓰지 않겠다”며 저항했지만 암살 요원들은 카슈끄지의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웠다. 카슈끄지가 “천식이 있어서 숨이 막힐 것 같다”고 소리쳤지만, 요원들은 비닐봉지를 벗기지 않았다. 이들은 카슈끄지가 사망한 후 시신 절단 작업에 착수했다. 정확히 오후 1시 39분 부검용 톱 소리가 녹음됐다.
미국에 거주하며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온 카슈끄지는 평소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칼럼을 게재해왔다. 국제사회는 사우디 왕실의 카슈끄지 살해사건 개입을 의심했으나 사우디 정부는 처음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터키 정부가 사건현장 음성파일을 증거로 제시하자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의 귀국을 설득하려고 터키에 파견된 현장 팀장이 살해를 지시했다”고 말을 바꿨다. 사우디 법원은 무트렙 등 암살요원 5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