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내전 배후 사우디·이란 “전쟁은 원치 않는다”
[아시아엔=알파고 시나씨 기자, 연합뉴스] 18일에 중국을 공식 방문한 이란 외교부 장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전쟁을 원치 않는다. 중동에서 누구도 우리와 전쟁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 ‘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사우디와의 ‘일전불사’ 의지를 밝혔다.
반면 같은 날 사우디 외무부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에게 전화해 양국관계와 지역 현안에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양국의 긴장이 높아가는 가운데 이란의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19일 “우리는 전쟁을 벌일 생각은 없지만 전쟁을 결코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국가를 방어하는 모든 분야에서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협이 멀리 있을 때는 전략적 차원에서만 대응하면 되지만, 가까이 다가오면 작전을 실행할 것이다”라며 “비록 적들이 이란 국경에 접근해도 감히 이란과 전쟁할 의지조차 갖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의 강력한 발언에 대응이 늦지 않았다. 같은 날인 19일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담당 국무장관은 리야드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위기와 관련, 이란과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알주바이르 장관은 “사우디는 중동 내에서 전쟁을 원하지도, 벌이려고도 하지 않으며 전쟁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사우디가 최근 고조한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국면에서 전쟁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면서 “상대(이란)가 전쟁과 적대를 선택한다면 사우디는 굳건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우리를 지키겠다”라며 “이란 정권이 전쟁을 일으키고, 파괴와 혼돈을 퍼뜨리지 못하도록 확고하게 맞서는 책임을 함께 질 것을 국제사회에 요청한다”라고 촉구했다. 사우디는 친이란 예멘 반군이 세력을 확장하자 2015년 3월 내전에 직접 군사 개입해 4년여간 전쟁 중이다.
그는 아울러 “지난 수십년간 중동 국가들은 이란 정권의 셀 수도 없는 범죄와 개입에 고통받았다”라며 “그들은 대리자를 통해 불안을 조성하고 테러리즘, 극단주의 조직을 지원했다”라고 비판했다. 또 “중동의 문제는 이란 정권이 출현한 1979년부터 비롯됐다”라며 “역내 안정과 평화를 도모하지 않는 이란 정권은 섣부른 행동에서 손을 떼고 어떤 길을 택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영어로 기자회견 한 알주바이르 장관은 ‘이란 정부’ 대신 미국 정부가 쓰는 ‘이란 정권'(Iranian regime)이라는 표현을 써 이란 정부의 법적·정치적 정당성을 깎아내렸다. 그는 이어 오만해에서 지난 12일 발생한 자국 유조선 피격 사건과 관련, “아랍에미리트(UAE)와 제3국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조사하고 있으며 조사가 끝나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조선 피격에 이어 14일에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송유시설을 겨냥한 드론(무인기) 공격도 벌어졌다. 사우디는 유조선과 송유시설 공격 모두 이란이 배후라고 의심한다. 사우디는 이들 사건과 관련,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30일 걸프협력회의(GCC)와 아랍연맹 긴급 정상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두 기구 모두 사우디의 우군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