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조작’ 김경수, 징역 2년 법정구속 관련 한겨레·조선·동아·경향 사설
[아시아엔=편집국] 경상남도 김경수 도지사의 일명 ‘드루킹’ 사건 관련 한겨레·조선·동아·경향 31일자 신문 사설을 모았다. 제목·사설전문 링크·본문 순으로 배열했다. <편집자>
[한겨레] 충격적인 김경수 지사 유죄판결과 법정구속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880551.html#csidx901c3a6f6fa3fe6acb5582133597573
이른바 ‘드루킹’ 사건으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는 30일 김 지사에게 적용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선거법 위반 등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애초 특검 단계에서부터 드루킹 김동원씨와의 공모 혐의 적용을 놓고 논란을 빚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런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김 지사는 법정구속되면서 “긴 싸움을 시작하겠다”며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재판부가 인정한 범죄 사실은 엄중하다. 판결 내용대로 김 지사가 대선 국면에서 포털 사이트의 댓글순위 조작을 공모했다면, 공론장을 파괴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 기초인 선거제도를 뿌리째 뒤흔드는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 아직 상급심 절차가 남아 있긴 하나 1심 유죄판결만으로도 국민 앞에 고개를 숙여야 할 사안이다. 또 김 지사 개인의 법적·정치적 책임 차원을 넘어 그를 감싸온 현 정권 역시 응분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
재판부는 특검 수사 이래 핵심 쟁점이 돼왔던 이른바 ‘킹크랩 시연회’를 김 지사가 직접 본 것으로 인정했다. 또 드루킹이 이끄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이 조직적으로 댓글순위 조작작업을 벌이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했을 뿐 아니라 킹크랩을 처음 개발할 때부터 김 지사가 승인했다고 판단했다. 초기부터 불법적인 댓글작업을 공모했고 이것이 대선 뒤 지방선거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다른 쟁점사항인 이른바 ‘온라인 정보보고’에 대해서도 김 지사에 대한 보고용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김 지사를 돕는 대가로 드루킹 김씨의 측근인 도아무개 변호사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선거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한마디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완벽하게 특검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처럼 정보기관이 주도한 게 아니라 민간의 지지자들이 벌인 행동이긴 하지만, 그런 시도를 알고도 만류는커녕 초기부터 공모했다면 법적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에 공론을 훼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여권 전체가 사안의 엄중성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판결 직후 김 지사는 변호인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특검의 물증 없는 주장과 드루킹 일당의 거짓 자백에 의존한 판결”이라며 ‘재판장과 양승태 대법원장의 특수관계’까지 거론했다. 성 부장판사가 양 대법원장 시절 비서실 판사로 2년간 일한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현역 도지사를 이례적으로 법정구속까지 한 건 지나치다는 주장도 나온다. 물증 없이 추론에 의존한 판결이라 생각한다면 항소심에서 더 치열하게 다투기 바란다. 정치 공방은 실체적 진실 발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선] 文 최측근 金 지사가 大選 여론 조작 사실상 주범이란 판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30/2019013003661.html
서울중앙지법은 30일 ‘드루킹 댓글조작’은 김경수 경남지사와 드루킹이 공모해 벌인 일이라며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드루킹 김동원씨에 대해서도 실형이 선고됐다.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 공작을 사실상 주도하면서 2017년 치러진 대선 여론을 문재인 후보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대선 이후 드루킹 측에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것은 작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여론 조작을 계속하기 위한 거래 목적이라며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지사에 대한 특검 기소 내용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면서 “김 지사는 민주당의 정권 창출과 유지를 위해 드루킹과 특별한 협력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선만이 아니라 그 후 선거에서도 계속 여론 조작을 하려 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김 지사는 댓글 조작은 여러 지지자 중 한 사람인 드루킹 개인 차원의 범죄라고 했다. 드루킹 사무실을 여러 차례 찾아갔고 기사 주소(URL)를 보낸 적은 있지만 댓글 조작 의도가 아니었고 알지도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지사가 킹크랩(댓글 대량 조작 프로그램)을 이용한 조직적 댓글 조작에 대해 지배적으로 관여하면서 지속적으로 승인·동의해놓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김 지사가 사실상 대선 여론 조작의 주범 중 한 명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재판부가 “김 지사가 (댓글 조작을 통해) 2017년 대선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여론을 주도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얻었다”고 밝힌 부분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특검 수사로 밝혀진 드루킹 댓글 조작 규모는 무려 8840만회에 달한다. 국정원 댓글 사건(41만회)의 수백 배 규모다. 국정원 댓글은 댓글 조작의 무대가 상대적으로 소규모 사이트 위주였다. 드루킹 댓글 조작은 파급력으로 따지면 그와 비교하기 힘든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국정원 댓글이 초등학생 수준이라면 드루킹 댓글은 대학생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국가기관이 동원된 범죄이지만 민의를 왜곡하고 선거 제도를 훼손했다는 본질은 두 사건이 다를 게 없다. 결국 대선의 정당성이 논란이 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사건은 특검이 아니었으면 묻혔을 것이다. 애초에 사건을 수사한 경찰의 책임자는 김 지사의 변호인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김 지사를 감싸고 돌았다. 5개월 넘게 수사하면서 핵심 증거물인 김 지사의 휴대전화는 압수하지 않았다. 경찰이 두 차례나 수색한 드루킹 사무실을 특검이 다시 압수수색하자 휴대전화와 유심 칩 수십 개가 쏟아져 나왔다. 문 대통령은 담당 서울경찰청장을 이례적으로 유임시키는 특전을 베풀기도 했다.
검찰 역시 대선 직전 드루킹의 댓글 조작이 의심된다는 선관위의 수사 의뢰를 받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검경의 부실 수사로 수많은 증거가 사라졌다. 이는 검경의 명백한 범죄행위다. 나중에라도 검경 관련자들을 수사해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 청와대는 김 지사 말고도 사건에 연루된 정권 핵심 인사들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언론이 보도할 때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검경의 사건 덮기와 청와대가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역시 언젠가는 밝혀져야 한다.
[동아]김경수 댓글 조작 법정구속, 집권세력 통렬히 반성해야
http://news.donga.com/Column/3/all/20190130/93939244/1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는 어제 김경수 경남지사가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드루킹’ 김동원 씨를 중심으로 한 경제적공진화모임의 조직적 댓글 조작 작업을 공모했다고 판단해 업무방해죄로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또 김 지사가 지난해 6월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계속하기로 하고 그 대가로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사실을 인정하고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지사는 모든 사실을 일단 부인하고 보는 태도로 일관했고 그것이 유죄 판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드루킹과의 연계가 발각됐을 때 “의례적 감사 인사 같은 것은 보낸 적이 있지만 상의하듯 문자를 주고받은 게 아니다”라며 부인했으나 나중에 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로 수십 차례 직접 접촉한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2016년 드루킹이 운영하는 출판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고 시인했지만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시연은 보지 못했다고 끝까지 부인했다. 하지만 특검은 김 지사가 출판사를 방문한 11월 9일 라오스에서 만든 경공모 회원의 아이디 2개가 킹크랩 구동에 쓰인 기록을 찾아내 증거로 제출했다. 법원은 이 로그기록이 킹크랩을 돌렸다는 증거로 인정되고 현장에 있었던 김 지사가 이것만 보지 못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이번 사건은 특검이 맡기 전 현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검경의 봐주기 부실 수사가 이어졌다. 2017년 대선 직후 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드루킹 수사를 의뢰했으나 무혐의 처분했다. 2018년 1월 네이버가 수사 의뢰를 하고서야 경찰이 나섰으나 드루킹에만 초점을 맞추고 김 지사에 대해서는 5개월이 넘도록 휴대전화조차 압수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여론의 부실수사 비판에도 이주민 당시 서울경찰청장을 유임시켰고, 드루킹과 김 지사를 연결시켜 준 송인배 당시 제1부속비서관을 정무비서관으로 사실상 영전시켰다. 어제 판결 후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비서실에 근무한 판사의 보복판결 운운하며 반발했다. 확정판결은 아니지만 일단 1심 유죄판결이 내려진 만큼 집권세력은 겸허히 수용하고 무작정 김 지사를 감싸고돈 데 대해 반성해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원세훈 국가정보원장하에서 국가기관을 이용한 댓글 조작에 이어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 정치적 지지세력과 공모해 댓글을 조작했다는 판결이 나왔다. 우리나라 여론 형성의 장(場)이 이 정도로 혼탁하다니 국민으로서는 자괴감이 들 만하다. 이번 판결이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온라인 여론 조작 범죄를 근절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경향]김경수 1심 유죄, 청와대와 민주당은 답해야 한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1302042005&code=990101#csidx8dc9018c214e060bc370c7316403019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포털사이트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는 30일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댓글조작을 수동적으로 보고받은 데서 나아가 작업할 기사 목록 등을 주고받으며 지배적으로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함께 기소된 드루킹 일당도 줄줄이 유죄가 인정됐다. 아직 1심 판결이지만 댓글조작 공모 혐의가 사실이라고 법원은 본 것이다. 선고 뒤 김 지사는 “진실을 외면한 재판부 결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며 여권의 차기 주자로까지 꼽혔던 그의 구치소행을 보는 마음은 착잡하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의 댓글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였다. 김 지사는 강하게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김 지사가 댓글조작을 알고 있었다”고 적시했다. 뿐만 아니라 6·13 지방선거 때까지 댓글조작을 계속하는 대가로 김씨가 추천한 사람을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에 앉히겠다고 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혐의 대부분을 사실로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가 진술과 물증의 신빙성을 그만큼 높게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드루킹 사건은 민간차원에서 댓글조작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정보기관이나 군이 직접 나선 과거 정권 사건과는 궤를 달리한다. 그러나 여론을 조작해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한 행위는 민관을 불문하고 중대범죄다. 김 지사의 유죄 선고로 드루킹 일당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을 둘러싼 의혹은 다시 불거지게 됐다. 현 정권 핵심 인사들이 이에 관여했거나 알았다면 보통 심각한 사안이 아니다. 자칫 당선의 정당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 1심 재판이 마무리됐다고 해서 사건이 끝난 것은 아니다. 살아있는 권력을 둘러싼 의혹은 더욱 철저히 밝혀야 한다.
민주당은 선고 이후 “사법신뢰를 무너뜨리는 최악의 판결”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집권 여당이라면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법원을 모독하기 앞서 이 사건을 처음부터 엄격하게 대했는지 자문해야 한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대선 댓글조작의 ‘수혜자’로 지목된 이상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2016년 홍준표 경남지사가 1심 유죄를 받을 당시 “지사직 즉각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그 주장이 지금 김 지사에게 똑같이 되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