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의혹’ 손혜원 의원과 돈 그리고 권력

손혜원 의원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요즘 가장 뜨거운 뉴스는 아무래도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문제일 것이다. 손혜원 의원은 디자인회사 크로스포인트의 창업자이자 대표로, 브랜드 아이덴티티(BI, Brand Identity)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전칠기와 전통문화에 관심이 깊어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 하이핸드코리아, 한국나전칠기박물관을 설립한 알부자인 것 같다.

그런 손 의원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위원장으로 영입되었다. 그리고 본인의 전문성을 살려 민주당의 고질적 단점이었던 홍보능력을 개선시켰고, 당명과 로고를 바꾸어 당의 이미지를 쇄신시킨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서울 마포을 선거구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대한민국의 제20대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런 손 의원이 ‘목포 근대역사 문화공간’ 투기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목포를 지역구로 둔 민주평화당의 박지원 의원은 손 의원의 이번 목포 구도심 투기 논란 초반에 손 의원을 두둔하다가 관련 언론 보도가 확산되자 손 의원을 ‘투기의 아이콘’이라고 비판하며 등을 돌린 바 있다.

그런 박지원 의원이 또다시 입장을 바꿔, “저는 진짜 손 의원의 순수성을 믿었지만 20여채 된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입장을 정리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손 의원이 억울한 점이 많아 보인다” “목포의 조그만 건물 한 채가, 옛날 도시이기 때문에 지번이 3개로, 4개로 합쳐진 게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게 법적으로는 네 채가 되고, 세 채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손 의원 관련 부동산 수는 좀 과장되고 부풀려진 게 있다”며 “그건 내가 사과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손 의원이 모든 재산을 목포에 기부채납 하겠다고 했다, 얼마나 좋으냐? 그렇게 되면 손 의원의 진실성을 믿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도대체 내가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우리 속담에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말이 있다. 그렇게 크게 성공한 사업가가 꼭 난장판 같은 정치판에 뛰어들었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다.

<대학>(大學)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수양을 잘하고 집안을 가지런히 해야 나라와 천하를 올바로 다스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맹자(孟子) 같은 성인도 여러 나라에서 비교적 융성하게 대접을 잘 받았다.

<맹자>의 ‘공손추하’(公孫丑下) 편에는 제(齊)나라 왕이 맹자에게 겸금(兼金) 100일(鎰)을 주었는데 받지 않았고, 송(宋)나라에서 준 70일(鎰)과 설(薛)나라에서 준 50일(鎰)은 받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겸금은 당시 보통의 금보다도 가격이 갑절이나 나가던 품질이 좋은 금을 일컫는다. 1일(鎰)은 약 384그램 정도이니, 100일(鎰)은 3.84kg이 된다.

지금 금 시세가 1g에 4만7000원 정도이니까, 100일(鎰)은 대략 18억원 정도 된다. 그러니까 요즘 금 시세로 대략 송나라와 설나라에서 준 12억원과 9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일찍이 공자가 이익이 되는 것을 보거든 그것이 옳은지를 생각하라고 해서 ‘견리사의’(見利思義)라고 했다.

그래서 맹자는 제나라 왕이 불효하다고 해서 의롭지 않으니 받지 않았고, 그렇지만 송나라와 설 나라에서 준 돈을 받았던 것은, 자신처럼 정치활동을 하기 위해 멀고도 험한 길을 다니려면 여러모로 비용이 필요할 것이니 예를 갖춰서 주는 노자(贐)는 받을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과 같은 정치인은 정신을 수고롭게 하는 노심자(勞心者)이기 때문에 몸을 써서 일할 시간이 없는 정치인들을 먹고 살 수 있도록 왕이나 백성들이 후원하는 것은 천하의 통용된 의리(通義)라고 말했다. 오늘날로 치면 정당한 정치자금은 떳떳하게 받을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오늘날 정치인들이 정치활동을 후원한다는 명목으로 여기저기에서 정치자금을 받거나 때로는 뇌물을 챙기게 된 빌미를 일찍이 맹자가 길을 터 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인은 예나 지금이나 세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돈이 필요하기 마련일 것이다.

그러니까 손혜원 의원이 아무리 투기가 아니라고 우기고, 문화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었다 하더라도 목포의 문화재 거리를 싹쓸이 하듯 사들인 일은 아무래도 우리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여간 허탈하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돈과 권력을 다 가지고 살 수는 없다. 손 의원이 그 의혹의 눈초리를 벗어나는 길은 지금이라도 정치에서 손을 떼고 순수한 사업가로 돌아가는 길 밖에는 없을 것이다.

손 의원은 목포에 사들인 부동산을 박물관으로 만들어 사회에 기증한다고 했다. 아주 훌륭한 생각이다. 지금이라도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과 같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면 이제는 그 부를 목포 구도심 살리기에 투자해 지금과 같은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온 국민들의 칭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버핏과 게이츠는 사업상 동료이자 친한 친구로 지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부의 세습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함께하는 등 닮은 모습을 보였다. 2006년, 빌 게이츠는 현직에서 은퇴해 자선활동에 전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워런 버핏은 자기 재산의 85%인 374억 달러(약 36조원)을 기부금으로 내겠다고 선언했다.

이 중 310억 달러는 ‘빌&메린다 게이츠재단’에 기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워런 버핏은 “만일 당신이 재산을 축적했다면 아는 사람 중에 당신보다 이 재산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필자로서는 작금의 손혜원 의원 사태를 어느 쪽이 옳은지는 잘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돈과 권력은 무상(無常)하다는 것은 잘 안다.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고, 오이 밭에서는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이제라도 손 의원은 이전투구의 정치판에서 나와 순수한 문화창달 사업에 매진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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