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중동이야기] 무슬림이 할랄 아닌 고기를 먹으면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기사 쓰는 것을 취미로 삼는 우리에게는 공휴일도 기사 쓰거나 회사에 나오는 것이 대단한 일이 아니다. 새해 첫날인 1월 1일에도 기자와 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은 회사 출근을 했다.
점심 때 오리고기 전문집에 갔다. 알파고는 이슬람교도로 할랄 음식이 아니면 안 먹는 탓에 산채비빔밥을 시켰다. 그와 같은 공간에서 일한 것이 거의 1년 되어 가는데 음식을 먹을 때 가끔 마음에 걸린다. 식사 후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알파고에게 물었다.
“알파고 기자, 이슬람들이 자기도 모르는 새 고기를 먹거나 술을 마시면 어떻게 하지?”
그의 답변은 내가 예상한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배님, 에이유···. 모르고 먹은 것인데, 하나님이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하시겠어요. 문제는 알면서, 인식하고도 먹은 거예요.”
이런 그의 대답에 질문 수위를 한 단계 더 올렸다. “그렇다면 알파고, 모르면서가 아니고, 알고 있으면서도 누구의 유혹에 넘어가서 그랬다면···. 그럴 때는 어떻게 하지?”
그의 답변은 중동사람 기준으로 볼 때 상당히 진보적인 편이다.
“선배님, 하나님이 우리에게 술 마시지 말라고 하신 이유는 우리를 위한 것이에요. 혹시나 마시게 되면 그것이 저와 하나님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라, 하나님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회개하고 반성해야 돼요.”
천국·지옥·죄 같은 단어들 대신, 대화가 감성적으로 이어지면서 우리는 재미도 있고, 기자 특유의 궁금증이 발동해 질문 수위를 한층 더 올렸다.
“그러면 회삿돈을 횡령하거나 누구에게 무슨 짓을 저지르고 피해를 준다면? 그럴 때도 회개하고 반성하면 되는 건가?”
나의 이번 질문에 갑자기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고집스러운 중동사람들 표정이 갑자기 그의 얼굴에 나타났다.
“공짜 밥이 어디 있어요, 선배님? 술 마시면 그것은 신과 인간 사이의 문제니까 하나님이 마음껏 용서하시죠. 근데 인간과 인간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말인즉 인권침해가 발생하면 그것이 신에게 회개해서 풀릴 일이 아니죠. 피해 당사자를 찾아가서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그 누구에게 크게 피해를 주고, 용서 받지 못한 채 그가 죽으면 40년 동안 수도원에서 수행해도 천국엔 못 갑니다. 무조건 당사자에게서 용서를 받아야 합니다. 사회활동, 인간관계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해요.”
나는 알파고가 말을 마칠 때를 기다려 그에게 이렇게 전했다. “2019년 새해 첫날 알파고한태 정말 중요한 것 들었어. 너무 고마워.” 알파고 기자 역시 “저도 질문과 답을 주고 받으면서 많은 걸 느끼고 배우고 다시 깨달았다”고 했다.
그가 한국에 온지 15년, 대한민국 사회는 날로 국제화되고 있다. 가까이 동남에서 멀리 중동·아프리카·남미를 비롯해 세계 각 지역에서 세계시민이 와서 살고 있다. 그들의 문화가 우리에게 생소해도, 법치주의 국가 제도가 든든한 테두리에서 서로 배울 점이 너무 많다.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씽긋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