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41% “공직사회 부패하다”···부패인식지수 OECD 31개국 중 29위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 ‘적폐청산(積弊淸算)’을 한다고 난리를 쳤건만 아직도 공직자의 부정이나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것은 공직자의 덕목이 실현되지 않아서일 것이다. 공직자의 덕목은 무엇일까? 공정(公正)과 청렴(淸廉) 바로 그것이다.
공정은 어떤 사안을 평가하고 판단함에 있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모든 경우를 동일한 비율로 다루는 것이다. 청렴은 마음이 고결(高潔)하고 재물에 대한 욕심이 없음을 의미한다.
박수량(朴守良, 1491~1554)의 ‘백비(白碑)’를 아시는지?
박수량은 조선 명종 때의 문신으로 자는 군수(君遂)이며 청렴한 관리의 대표적인 인사다. 벼슬은 우참찬·좌참찬을 거쳐 지중추부사, 형조판서에 이르렀다. <중종실록> <인종실록>을 편찬한 고관이었다. 장성에 있는 박수량의 ‘백비’에는 어떤 글자도 적혀 있지 않아서 누구의 비석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조선 13대 임금 명종은 이렇게 말했다. “그의 청백함을 알면서 비에다 새삼스럽게 그 실상을 새긴다는 것은 오히려 그의 청백(淸白)에 누가 될지도 모른다.” “수량의 청백한 이름은 이미 세상에 알려진 지 오래다.” 그리고는 비를 하사하라고 명한다. 또 그 비에는 한 글자도 쓰지 못하게 하고 다만 그 맑은 덕을 표시하기 위해 이름을 ‘백비’라 부르게 했다.
시대가 바뀌면 사람의 의식도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청렴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와 가치는 변함이 없다. 왜냐하면 공직자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기 때문이다. 청렴의 중요성을 반영이라도 하듯 공직자들은 공직에 입문하면서부터 반부패와 청렴에 관한 교육을 계속해서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공직자의 비리가 심심찮게 보도 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생각하는 것과 행하는 것의 괴리(乖離)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부패방지 업무를 담당하는 국민권익위원회는 매년 공공기관의 청렴도를 측정하고 등급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 612개 공공기관의 청렴도를 발표했다. 청렴도 평가를 잘 받은 기관은 스스로 언론을 통해 청렴도 평가 결과를 자랑한다. 하지만 평가 등급이 낮은 기관은 언론의 신랄한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이렇게 국민이 공직사회의 청렴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청렴이 공직자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청렴은 우리사회를 지탱해주는 중요한 정신적 요소다. 특히 공직사회가 청렴하지 않을 경우 결국 그 폐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에서도 공무원은 직무와 관련하여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사례·증여 또는 향응을 주거나 받을 수 없다.
2018년도 공직사회 부패수준에 대한 부패인식도 조사결과를 보면 일반 국민의 40.9%가 ‘공직사회가 부패하다’고 응답하였다. 하지만 공직자의 경우에는 7.7%만이 ‘공직사회가 부패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이 기대하는 공직사회의 청렴수준이 공직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부패에 대한 판단 기준을 공직자는 뇌물이나 향응수수로 한정하는 것 같다. 그러나 국민은 공직자들의 일반적인 비위도 공직자가 청렴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 공직자가 자신의 업무를 잘 몰라서 업무 처리를 지연시키거나 미숙하게 처리한다면 국민은 공직자가 무능하고 부패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공직자들은 청렴에 대한 기준을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는 뇌물만 받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몰라도 이제는 아니다. 국민이 바라는 공직자상은 청렴은 기본이고 유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직자가 청렴하지 못한 것도 큰 문제가 되지만, 무능하여 많은 국가예산을 투자한 정책이나 사업이 실패하여 큰 손실을 끼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이것이 공직자가 유능해야 되는 이유다.
또한 공정은 조직 내 혹은 사회의 조직생활에서 여러 사람에 대한 대우 또는 이익 배분 등을 기준에 따라 공평히 하는 것을 가리킨다.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의 2017년도 순위는 잘 알려진 대로 100점 만점에 54점이다. 조사대상 전체 180개국 중 51위이고, OECD 31개국 가운데 29위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옛사람들이 그리 중시했던 ‘염(廉)’의 의미에는 ‘치(恥)’가 따라야 한다. ‘염’과 ‘치’가 어울려 ‘염치(廉恥)’를 이루는 것이다. 그것은 ‘깨끗함’보다 ‘부끄러움’에 더 가까운 의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