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13월’ 박시교 “단 하루 마지막 달에 할 일이 아주 많다”
올해부터 내 달력에는 13월을 넣기로 한다
한 해를 12월로 끝내는 게 아쉬워서다
단 하루 마지막 달에 할 일이 아주 많다
첫사랑 산골 소녀에게 엽서를 보내고
눈 내리는 주막으로 친구를 불러내고
헐벗은 세월을 견딘 아내를 보듬어주고
또 미처 생각 못 한 일 없는지 챙겨가며
한 해를 그렇게 마무리해 보고 싶다
그렇다, 내 13월에는 참 바쁠 것 같다
# 감상노트
아무래도 이 시는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읽어야 하겠다. 그리운 사람이여. 눈 내리는 카페에서 커피 나누고 싶은 벗이여. 묵묵히 함께 해 준 나의 도반이여. 내 미처 잡아주지 못한 차가운 손이여. 미안합니다. 용서(容恕)하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혹여 가벼이 듣는다 해도 이런 말들 더 자주 할 걸 그랬다.(홍성란 시인 · 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